[횡설수설]김충식/JP의 ‘골프중독증’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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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너무 재미있는 게 단점’이라고 말한 것은 김영삼(YS)전대통령이었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 재임중 공무원들의 골프를 막은 것일까. 대통령 보건복지 비서관이 필드에 나간 죄로 대기 발령이 났었다. 강원경찰청장이 전두환씨와 평일 골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좌천되었다. 그래도 많은 고위공무원들이 숨죽여 가며 ‘도둑 골프’를 즐겼다. 공직자들은 ‘세계화’를 외치는 정부가 이런 괴상한 통제를 하느냐고 볼멘소리였다.

▷그때도 정치인들은 별 눈치 보지 않고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었다. 김종필(JP) 김윤환 씨 같은 이들이 그랬다. 특히 김윤환씨는 94년 YS와 함께 중국 방문중 YS가 쯔진청(紫禁城)의 규모에 놀라자 “18홀 골프장의 두 배는 될 것 같다”고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YS가 JP와 골프 회동으로 ‘우정’을 다지고 마침내 3당 합당, 집권에까지 이른 것도 그런 ‘정치인 골프 관용’의 배경일 터이다.

▷미국의 정치인 골프광 얘기는 끝이 없다. 아이젠하워는 ‘20세기 최고의 골프 애호가’로 한 잡지에 뽑히기도 했다. 대통령 재임 8년간 무려 800라운드 넘게 필드를 돌았다. 루스벨트도 장애를 극복한 장타자로, 부시는 걸프전 와중에도 ‘속도전 라운딩’을 즐긴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클린턴은 골프의 광중광(狂中狂)이다. 이라크나 유고 공습 때도 안보회의가 끝나자마자 필드로 달려나갔다. 그는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에게 한 수 배우러 갔다가 다리를 삐어 목발을 짚고 다니기도 했다. 하와이에서 수재로 수많은 이재민이 나고 죽어도 골프를 쳤다해서 손가락질을 받았다.

▷미국처럼 골프장이 흔하고 비용이 덜 드는 데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골프는 화제가 된다. 전쟁이나 물난리 같은 상황에 비추어 골프가 지나치다고 비쳐지는 것이다. 요즘 골프중독증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는 JP가 집중호우로 수해가 난 용인에서 전직 장관 의원등과 골프를 친 데 대해 비난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는 골프를 치더라도 ‘남의 눈썰미에 벗어나지 않게 분수에 맞게’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JP 자신이었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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