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공무원 연금부담률 인상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정부가 공무원 연금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연금 부담률을 높이고 연금지급 시점도 늦추는 방향으로 공무원 연금법을 고치기로 방침을 정하자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연금기금 고갈의 원인이 보험료는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는 제도적 결함에 있으므로 이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원단체 등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연금 수혜자의 급증, 정부의 연금기금 관리 실패에 원인이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찬성/수혜자 급증등 환경변해 불가피▼

공무원연금의 재정문제는 1990년대에 들면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1995년 비용부담률을 올리는 등 제도개편의 결과 연금재정이 일시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기도 하였으나 1998년부터 정부의 구조조정에 따라 장기 재직자가 한꺼번에 퇴직해 급여지출이 갑자기 늘면서 연금재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연금재정이 악화된 것은 기금운용이 부실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으나 그동안 연금기금을 운용하여 4조9350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퇴직급여 부족분 4조1325억원을 보전하고 남은 기금이 1999년 말 현재 2조6290억원이므로 이를 부실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기금 고갈은 근본적으로 연금제도가 시작된 지 40년이 되면서 연금수급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평균수명의 연장 등 연금환경이 변했으며 선진국이나 민간에 비해 미흡했던 정부의 역할과 20년만 재직하면 퇴직 직후부터 연금을 지급하는 등 일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제도를 조속히 개선하지 않으면 연금 수급자뿐만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이 불안해하게 되므로 현재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히려 제도를 확실하게 개선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연금제도개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연금제도가 성숙단계에 들어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사항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연금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현직공무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무원 연금재정의 개선을 위하여 공무원과 정부의 부담률을 인상하되 공무원보다 정부가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며 △구조적으로 일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제도를 개선해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을 기하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연금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현직 공무원에게는 그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무원 연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균형된 시각과 조화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앞으로 계속 건전하게 제도가 발전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인 현직 공무원, 연금 수급자, 그리고 국민의 양보와 이해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들 이해 관계자 간의 생각을 조화시키면서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 연금제도 개선을 연금개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만큼 어려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1986년 일본 공적연금 개혁 당시 후생성 연금국장을 지낸 요시하라 겐지가 “이번 개혁에서 우리가 선택한 길은 험하고 어려웠지만 연금제도의 미래를 밝고 확실한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선택이었고 다가오는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해 어쨌든 필요한 개혁이었다”고 한 말의 뜻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김주섭(행정자치부 인사국장)

▼반대/정부 부실운용책임 전가 말아야▼

공무원 연금 파동의 1차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따른 연금수혜자의 양산에 있다. 1999년도 공무원 퇴직자가 약 9만5000명으로 1997년의 3배나 되며 교원도 무리한 정년단축으로 1998년 이후에만 5만여 명이 교단을 떠나야 했다. 교원정년 단축 당시 연금기금의 고갈을 우려하던 교육계의 목소리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 정부가 이제 와서 연금법 개정 운운하는 것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졸속행정의 소치다.

대통령은 연금 문제로 인한 교단의 동요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11월 23일 한국교총이 주최한 전국교육자대회에 직접 참석, 기여금 인상 외에는 일체의 불이익이 없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연금급여 산정기준을 퇴직 당시의 보수월액에서 평균보수로 변경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이 예상되자 공직사회는 분노를 넘어 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금기금을 공공자금에 예탁하지 않고 민간금융시장에 투자하였을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이 약 72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1998년도 감사원 감사에서도 정부가 연금기금의 3분의 2를 공공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시중금리보다 1.5∼4%나 낮은 이율을 적용해 왔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기금운용이 부실해 질 수밖에 없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연금 부담은 월 보수액의 15%로 공무원 본인과 국가가 각각 7.5%씩 낸다. 그러나 선진국의 정부 부담률을 살펴보면미국 34.2%, 일본 25.6%, 프랑스 28.5%이고 독일은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는 등 우리 정부의 7.5%에 비하여 훨씬 높은 실정이다. 정부는 잘못된 운영으로 기금부실을 스스로 초래하고도 기금 안정을 위한 기본적인 책무는 철저히 방기하여 왔던 것이다.

우리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91만여명의 공무원 생계와 사기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주제발표 원고조차 사전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청회를 강행하는 등 극히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일관한 정부 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연금은 민간기업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공무원의 처우를 보전하는 취지로 제정돼 대다수의 교원과 공무원들이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면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동인이 되어 왔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은 방만한 기금운용과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연금부실을 초래한 책임자를 문책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후에 교원단체를 비롯한 각 주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금개선특위’를 구성하여 근원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실책을 교원과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사태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채수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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