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용인 죽전지구 그린벨트 지정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38분


수천억원의 보상금보다 환경 보전이 중요하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정부의 개발 정책을 꺾었다.

건설교통부가 20일 경기 용인 죽전 택지개발지구 주민들의 그린벨트 지정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죽전 지구에 그치지 않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주민표정〓자신들의 땅을 그린벨트로 지정해달라며 대지산 살리기 운동을 펼쳐온 용인 죽전지역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민들이 요구한 땅 중 일부가 보전녹지 지정에서 제외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표정들이다.

용인 서부지역 택지개발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김응호(金應鎬·44)위원장은 20일 건교부가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대지산 일대 10만여평을 보전녹지로 지정하겠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위원장은 “우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지킬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죽전지역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인 건교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경주김씨 문간공파 김형호(金亨鎬·67)종회장도 “우리가 바라던 일이 받아들여졌으니 크게 환영한다”며 “15대조부터 내려온 조상들의 묘를 이장하지 않아도 되고 자연환경을 보전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중토지 23만평을 내놓은 김교선(金敎善·71) 경주김씨 대지종회 종친회장도 “세간에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돈보다 가문의 명예가 중요했다”며 “이제 눈을 감더라도 떳떳한 후손으로 조상을 만나 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응호위원장은 “건교부의 세부 도면과 공식발표가 나와봐야 주민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그때 가서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표정〓환경정의시민연대 최소영(崔笑暎)간사는 “택지지구 지정 철회를 포함해 용인 지역 개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구 해제만으로 용인의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최간사는 또 “정부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택지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많은 부분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것으로 실수요와는 거리가 있다”며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에서 벗어나 수도권 성장 관리 등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정부가 택지지구에서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에는 초중고등학교 3개와 도시형 공장용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들의 이전과 지구 전체의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착공, 2004년 입주 예정이던 아파트 1만8000가구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또 이 지역 주민 중 조합주택을 지으려던 조합원들이나 건설업체 등도 공사 지연 등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됐다.

이미 토지를 수용당한 지역 내의 다른 주민이나 다른 택지지구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특혜성 시비도 있을 수 있다. 토지공사 이승우(李承雨)죽전개발부장은 “일부 이해 관계자들 때문에 공공 정책이 차질을 빚는다면 앞으로 공공정책을 어떻게 시행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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