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닷컴 도메인 사냥꾼

  • 입력 2000년 7월 17일 19시 24분


사이버스쿼터(도메인 사냥꾼)는 사이버 세계에서 문패 역할을 하는 도메인(인터넷 주소)을 선점해 파는 사람들이다. 유명한 사람이나 기업의 이름을 먼저 등록해놓고 정당한 소유권자에게 거액을 받고 넘기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검색엔진 알타비스타를 운영하는 컴퓨터 업체 컴팩은 98년 altavista.com을 선점한 사냥꾼한테 335만달러를 주고 이를 사들였다. 등록비 100달러 정도를 투자해 백만장자가 되는 판이니 사냥꾼들이 발호해 닷컴(.com)으로는 도메인 등록이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다.

▷대동강물 장사든 도메인 투기든 너도나도 따라하기 전에 얼른 해치워야 돈을 챙긴다.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ICANN)와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유명인이나 잘 알려진 회사명은 포괄적 상표권에 속하므로 이러한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 선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작년 12월 출범한 WIPO 도메인분쟁 중재센터는 지금까지 340건 이상을 간단한 인터넷 소송절차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 쪽에 되돌려줬다.

▷한국에서 열리는 2002년 월드컵도 잽싸게 가로챈 사냥꾼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이 중재센터를 통해 worldcup2002.com을 돌려 받았다. 미국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도 juliaroberts.com을 되찾았다. 도메인 분쟁은포화상태에 이른 닷컴(.com)을 두고 벌어진다. ICANN은 16일 이사회에서 .banc(은행) .union(노동조합) .travel(여행사) .shop(가게) 등을 신설해 도메인 공급을 늘리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의 사이버 책방인 아마존닷컴을 흉내내 아마존닷숍(amazon.shop)을 누가 등록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새 도메인으로 인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ICANN도 닷컴 기업들에게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닷숍 닷뱅크 등 새로운 도메인으로 등록신청을 해놓으라고 권유한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빛의 속도로 날고 뛰는 자들이 많다보니 규제가 새로운 현상을 쫓아가기 힘겹다.

<황호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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