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상규/SOFA에 환경 조항 신설해야

  • 입력 2000년 7월 16일 23시 17분


주한미군이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일명 포르말린)를 한강에 무단 방류해 충격을 주고 있다.

포르말린은 생물표본 등을 만들 때 부식 방지제로 쓰이며 독성이 매우 강해 우리나라에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물질이다. 주한미군도 자체 독극물 폐기 규정에서 포름알데히드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있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해 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심각한 환경범죄가 이땅에서 벌어져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사이에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현재 SOFA 규정에는 환경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주한미군의 환경오염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산 미공군기지의 경우 6개의 오폐수관을 통해 매일 3000t의 오폐수를 서해와 인근 하천에 무단방류한 사건과 경기 의왕시 백운산 계곡에 있는 매디슨기지에서 흘러나온 경유로 계곡과 인근 논밭이 오염된 사건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안에서 어떤 환경오염 행위가 일어나고 그것이 우리 땅과 강과 하늘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미 관계도 일방적이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복원돼야 하고 한미관계의 핵심이 되는 SOFA의 불평등한 조항도 개정돼야 한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환경보호와 보건안전 및 검역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환경과 검역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사실 주한미군은 1992년 미국방부가 발표한 해외에 주둔하는 자국군이 지켜야 할 환경지침서(OEBDG)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 지침서에는 대기오염 식수 폐수 유해물질 자연자원 석면 납오염 관리 등 19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환경지침이 들어 있다.

이 지침서에 따르면 미국방장관의 지명을 받은 환경관리관이 주요 미군 주둔지가 있는 주둔국에서 지침에 따라 환경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 당국은 이런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

국제관계의 법 원리로 볼 때 주한미군은 환경보호 의무에 있어서 속지주의나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즉 속지주의에 따라 한국의 환경법을 따르든지, 속인주의에 따라 미국의 환경법을 따르든지 택일해야 한다.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환경법을 전적으로 따르기 힘들다면 미국방부가 정한 환경지침서만이라도 준수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측은 이미 96년 9월 한미 간 협상을 통해 환경조항을 신설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문안까지 작성한 바 있다.

미국이 21세기를 맞아 한국과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면 SOFA의 불공정한 조항들을 개정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환경 및 검역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황상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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