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초등교앞에 방사선시설이라니…"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39분


근로자 2000여명과 초등학교, 어린이집이 밀집된 공단지역에 방사선 멸균처리공장이 들어서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34개 제약업체가 몰려있는 경기 화성군 향남제약공단에 방사성동위원소 ‘코발트60’을 사용하는 의료기 및 농축산물 멸균처리업체 ㈜소야가 입주해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코발트60은 가장 강력한 방사선인 감마선을 방출하는 물질로 이 회사에 반입된 양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척된 원자폭탄의 절반수준인 55만퀴리(Ci)다.

문제는 이 공장부지가 인구밀집지역이라는 점. 담 하나 사이로 제약업체들이 위치해 있고 100m 거리에 유치원, 300m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경기 여주에도 같은 시설을 갖춘 업체가 있지만 반경 1㎞ 내에는 민가가 없다.

게다가 이 공단은 의약품 제조업체만 입주가 허용되는 곳. ㈜소야는 당초 의약품 제조업으로 공장설립허가를 받았으나 중간에 방사선멸균처리 시설로 전환, 군에서 설립허가 취소를 통고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멸균시설도 의약품 제조의 한 공정이라며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공장 가동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장은 90% 이상 완공된 상태로 6일 새벽 주민들의 감시를 뚫고 ‘코발트60’도 반입됐다.

▽얼마나 위험한가〓과학기술부는 4월 ㈜소야측에 방사성동위원소 사용을 허가했다. 공장 내 차폐시설에 문제가 없고 멸균처리를 거친 생산물도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 김창우(金昌宇)방사선안전과장은 “감마선이 강력하긴 하지만 납과 콘크리트로 막으면 문제는 없다”며 “코발트60은 금속이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없어 주민들이 피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부의 허가조건에는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다는 점이 맹점. 2개월마다 동위원소 일부를 교체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공단 내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다. 2월 태국에서는 착오로 인해 고철폐기장으로 흘러든 코발트60 때문에 인부 3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녹색연합 석광훈(石光勳)씨는 “공장 내 차폐시설보다는 분실이나 운반과정의 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며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주민대책위원회 이창재(李昌宰)총무는 방사능 사고 위험이 높은 시설이 공단에 들어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멸균처리 대상에는 의료기뿐만 아니라 병원적출물까지 포함돼 있는데 청결이 생명인 제약공단에 오염물질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주민 유광수(柳光秀)씨도 “제약공단 자체도 주요 군사전략지이고 인근에 오산 수원 미공군기지도 있는데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나 폭격을 당하면 이곳 주민들은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공단조합이사장이기도 한 ㈜소야 박재돈(朴在敦)사장이 자신의 텃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혐오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회사측 입장〓박재돈사장은 “방사선 멸균시설은 안전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시설”이라며 “집단민원에 밀려 방사선시설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사실은 있으나 그때는 사용허가가 나기 전이고 강압에 못이겨 작성한 것이므로 효력취소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해창(李海昌)공장장은 “방사능물질은 2.2m두께의 콘크리트로 막혀있어 미사일이 날아와도 끄떡없다”며 “동위원소 교체도 설비를 제작한 캐나다 회사에서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폐기물은 공장내에 보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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