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강석진/'주식회사 미국'에 투자 늘리자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39분


어떤 토론회에서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너무 상식적인,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질문을 받고 “미국은 공개기업이며 국제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라고 답한 적이 있다.

미국은 전세계의 각종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이며 모든 민족과 인종에게 개방된 나라다. 흡사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과 같다. 지금까지는 유럽계 이민자 후세들이 ‘미국주식회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미국의 경영권을 장악한 지배주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계 민족, 특히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의 지분 참여가 현저하게 늘었다. 최근에는 정보산업이 미국의 주요산업으로 등장하면서 인도인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중남미 민족은 수적으로는 아시아계보다 많이 진출했지만 미국주식회사의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문은 특히 예술 과학 기술 등 전문분야의 인재들에게 더욱 넓게 열려 있다. 세계의 많은 의욕적이고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미국으로 건너갔고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가 꿈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나라, 이것이 미국이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미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다. 세계의 우수한 문화들이 그곳에서 각각의 특성을 살리고 서로의 민족문화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경영에서 추구하는 세계표준 기업지배구조의 모델처럼 미국주식회사에 대한 여러 민족의 경영참여의 길도 비교적 공평한 편이어서 지분 확보가 늘어나는 것만큼 경영 참여의 폭도 커지게 된다.

한민족의 미국주식회사 지분 확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주식회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유대인은 수적으로는 적지만 미국주식회사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깊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언론 금융 등 핵심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집중공략으로 미국주식회사의 이사회에까지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상하 양원에 진출한 일본계 이민자는 이미 상당수이며 최근에는 일본계 장관도 탄생했다.

우리는 미국을 적대시하거나 증오하거나 두려워해야 할 존재로 볼 필요가 없다. 우리는 미국을 우리에게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있는, 그리하여 우리가 언제든지 진출해 지분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을 합쳐 7000만명이 넘는 우리 한민족이 원대한 꿈을 펼치기에는 이 한반도는 너무 좁은 땅이다.

한민족은 이제 더 넓은 세계로 활동무대를 옮겨야 한다. 미국 대륙은 지구상에서 아마 유일하게 모든 민족에게 개방된 땅이며 미국은 합중국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두에게 개방된 공개기업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미국은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고 경제적으로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우리는 미국주식회사의 한민족 소유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 가면서 미국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착실하게 우리의 지위를 확보해 간다면 언젠가는 미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강석진(한국GE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