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백진현/지구촌현안 심층분석 부족하다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21분


정보통신혁명으로 특징되는 세계화 시대의 역설 중 하나는 신문 보도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더 국내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권위지 더 타임스의 최근 기사를 100년 전과 비교할 때 국제 문제에 관한 기사가 질적, 양적으로 퇴보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신문사간 치열한 경쟁을 들었다.

사람은 먼 외국에 관한 뉴스보다는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복잡한 이슈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인물 중심의 스토리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독자의 취향에 부응하다 보니 신문도 국제보다는 국내, 쟁점보다는 사람 위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예나 지금이나 국제면의 비중이 낮고 국제 기사의 내용도 취약하다.국제면 기사는 주로 외신의 번역에 그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취급은 단편적이며 에피소드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외국 관련 기사도 우리와 직접 관계있는 사항에만 집중되고 우리 시각에서 무리하게 접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이나, 무역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경향은 개선되어야 한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지혜로운 외교의 필요성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는 정치인이나 직업 외교관만을 통해서 달성될 수 없다. 민주화 시대에 현명한 외교는 ‘현명한 여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부각되는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논란을 보면 이런 점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이번 주의 주요 국제 현안은 실패로 끝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요격 실험과 캠프데이비드 회담을 들 수 있다. 두 현안 모두 향후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사는 정보 제공이나 분석면에서 미흡했다.

1994년 이후 계속되는 중동평화회담의 경우 적대 쌍방간 평화공존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를 구체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한반도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런 점에서 인물과 에피소드 위주의 기사(7월 13일자)보다 회담의 배경 설명과 현안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필요했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서 내연하던 갈등이 최근 특정 언론사와 야당총재 등에 대한 북한의 거친 비난을 계기로 표출되었다. 남한 정치 지도자나 언론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늘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고 비판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도록 정부에 충고한 7월 13, 14일자 사설(‘북한의 대남비난’, ‘청와대측의 이상한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정론(正論)이었다.

백진현(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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