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엔터테인먼트 총수 야심 "이젠 왕감독 아닌 왕회장"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7분


'비즈니스맨’ 왕자웨이를 주목하라.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왕자웨이(王家衛·42)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비즈니스맨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왕자웨이는 마니아팬을 거느린 감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감각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이라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

▼비지니스맨, 왕자웨이▼

왕자웨이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4개. 88년 설립한 영화프로덕션 쩌둥(澤東·JETTON), 97년 설립한 영화배급사 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내는 음반회사 블록2픽처스, 지난해 만든 스타매니지먼트 회사 하우스1, 그리고 올 초 영국에 설립한 인터넷 컨텐츠 제공업체 2046INC 등. 이들 4개 회사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약 400억원(한화)이다.

블록2픽처스와 2046INC는 왕자웨이가, 쩌둥프로덕션과 하우스1은 왕자웨이의 ‘오른팔’인 펑치화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왕자웨이는 쩌둥과 하우스1의 주식의 대부분을 갖고 있고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소유주.

왕자웨이는 이달 중순 한국에 2046INC 지사를 여는 것을 비롯해 홍콩 일본 중국 등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하우스1에 이어 하우스2(대만), 하우스3(한국), 하우스4(일본), 하우스5(프랑스), 하우스6(미국) 등을 통한 매니지먼트사업도 확장한다. 하우스3이 가장 먼저 이달 중에 문을 연다. 하우스2와 하우스6을 제외한 나머지 하우스들도 올해 안에 설립을 마칠 예정이다.

하우스1에는 량차오웨이, 장완위, 왕칭원 등 톱스타들이 소속돼 있으며 왕자웨이감독의 ‘2046’에 캐스팅된 심혜진도 외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하우스1과 10년 계약해 스타메이킹 프로젝트에 따라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왕자웨이 주식회사'의 꿈

왕자웨이의 궁극적인 꿈은 ‘컨텐츠’를 제공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그룹 구축. 이같은 구상은 7년전 시작됐으나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영화 ‘해피투게더’로 칸 최우수감독상을 수상, 국제적인 지명도를 획득하면서부터다.

왕자웨이는 앞으로 1∼2년에 한 편 정도만 직접 만들고 영화제작, 투자 등 ‘비지니스맨’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치중할 계획이다.

왕자웨이가 최근 관심을 쏟는 분야는 인터넷사업. 많은 스타를 거느리는 것이 다양한 인터넷 컨텐츠 제작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판단한 그는 특히 스타 매니지먼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즉, 스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스타를 먼저 ‘만들고’, 쩌둥과 블록2픽처스에서 이들을 기용한 컨텐츠를 제작하며 이를 다시 2046INC를 통해 인터넷에 제공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왕자웨이 사단▼

‘버림을 당하기 싫어 먼저 버린다’는 것이 영화속의 ‘왕자웨이식 사랑법’. 영화밖에서 왕자웨이는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영화는 도회적인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사람을 사귈 때는 궁합을 보곤 할 만큼 ‘운명적’ 만남을 믿는 편.

사업 및 컨텐츠제작에 있어 ‘왕자웨이 사단’으로 불리는 세 명의 핵심 인물도 그와 10년이 넘도록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왕자웨이의 오른팔이자 기획,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펑치화, 왕자웨이의 모든 영화에서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장수핑, 그리고 호주 출신으로 왕자웨이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한 감각적 영상을 만들어내는 ‘왕자웨이 전속’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그들이다.

[홍콩=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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