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ports]美 '인종과 스포츠' 토론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56분


《뉴욕 타임스에서 일하고 있는 여섯 명의 스포츠 칼럼니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 사회에서 인종과 스포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는 뉴욕타임스 스포츠부장인 닐 앰더가 맡았다. 다음은 토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에서 인종과 스포츠의 관계(22매,칼럼니스트 6명인물사진+스포츠선수)

▼앰더〓우선 각자 오늘의 토론주제와 관련된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먼저 데이브 앤더슨 씨부터 시작할까요.

앤더슨: 전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최초의 흑인 운동선수는 조 루이스였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무하마드 알리,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미국인들이 처음 갑작스럽게 흑인들을 위대한 운동선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루이스와 그보다 나중에 등장한 재키 로빈슨 덕분이었습니다. 나는 1953년에 ‘브루클린 이글’지에서 브루클린 다저스를 취재하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흑인들과 가깝게 지냈던 경험이 전혀 없던 내가 로빈슨, 로이 캄파넬라, 돈 뉴콤, 주니어 질리 같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선수들과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다저스 취재 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부분이었습니다.

▼조지 베시〓1960년대 중반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이끌고 있던 것은 정말로 뛰어난 흑인선수들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 팀의 주장이 켄 보이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세인트루이스의 백인 기자들 눈에는 그가 주장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카디널스에서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던 것은 빌 화이트, 밥 깁슨, 커트 플러드, 루 브록스 같은 흑인 선수들이었습니다. 당시 뉴스데이 지에서 일하고 있던 내게 카디널스 팀의 라커룸에 들어가서 빌 화이트와 밥 깁슨이 선수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라 버코우〓스포츠와 관련해서 내 생애 가장 극적인 순간이 찾아온 것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인 1959년이었습니다. 그 때 나는 흑백분리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조지아주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흑인과 백인이 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던 시카고에서 자란 내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그 때 농구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 중에 론 해밀턴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테네시주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 농구선수였고 1∼2년 동안 프로팀에서 뛴 경력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지 바깥에 좋은 실내 농구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느 날 저녁에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백인 친구가 다섯 명이었고, 흑인은 해밀턴 혼자였습니다. 우리가 농구장에 도착했을 때는 문이 이미 닫힌 후여서 우리는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내가 너무나 훌륭한 야외 농구장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나는 즉시 차를 멈추고 그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차를 운전하고 있던 친구는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1959년의 조지아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함께 농구를 하는 광경을 누군가가 목격할 경우, 모두 총에 맞을 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조지아 대학이나 앨라배마 대학 농구팀이 대부분 흑인선수들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나는 아직 이 나라가 완전히 평등한 곳이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1959년에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회를 얻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빌 로덴〓버코우가 기회에 대해서 말했는데, 내생각은 다릅니다. 나는 아직도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일 주일 전에 나는 양키 스타디움의 기자실에서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도중에 양키스 팀의 홍보 담당자가 흑인 남자 하나를 기자실에서 몰아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그가 제대로 된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쫓겨난 이후 기자실을 둘러본 나는 기자실을 꽉 채우고 있는 40명 가량 중에서 흑인이 나 혼자뿐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그날 저녁 늦게 경기가 끝난 후 나는 경기장 안에 남았습니다. 나는 청소부와 관중석 맨 꼭대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흑인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수백만 달러를 받는 흑인 선수들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답니다.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비 애러튼〓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나중에 유명한 농구선수가 된 흑인 친구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나는 농구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그들은 내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런데 70년대 후반에 NBA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NBA에 흑인이 너무 많고 마약이 범람한다는 것이 일반사람들의 인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로 농구와 선수들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 때문에 NBA는 TV 중계 계약을 거의 따내지 못했고, 수많은 팀들이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운동선수들이 마약에 너무 빠져있다고 비난했던 젊은이들 역시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 마약에 빠졌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취재경험은 내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과 현실의 차이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밥 립사이트〓나는 미국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위협적이지 않은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첫 단계가 스포츠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경기장에 흑인들이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코치로서, 구단주로서, 기자로서 더 많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때 우리는 흑인들을 단순한 경기장의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처럼 살아있는 사람으로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버코우〓내가 스포츠계에서 발견한 영웅 중의 한 사람은 토론토 팀의 외야수이던 제시 바필드였습니다. 그는 그리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를 영웅이라고 생각한 것은 어느 날 토론토 라커룸에 수잔 월드먼이라는 여기자가 들어왔을 때 벌어진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다른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던 한 선수 라커룸에 여자가 들어왔다며 그녀에게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당시 신참기자이던 수잔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라커룸 안은 갑작스러운 일 때문에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때 바필드가 큰 목소리로 “수잔, 나 오늘 4타수 3안타를 쳤는데, 나 인터뷰 안할래요”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원래 수잔과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그녀의 이름도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서야 겨우 알았던 것입니다. 흑인, 백인을 막론하고 팀에서 배척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제시는 정말로 장벽을 타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애러튼〓제시 같은 사람들이 진정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동의합니다.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 같은 위대한 선수들은 그들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제적 계산에 의해 세심하게 계산된 이미지로 대중 앞에 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코우〓그렇습니다. 타이거는 이것저것 꿰맞춰서 균질화된 미국인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립사이트〓나는 균질화되었다는 말보다는 명예 백인이 되었다는 말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앰더: 화제를 조금 돌려볼까요. 흑인선수들과 백인선수들에게 따로따로 적용되는 이중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애러튼〓뉴저지 네츠에서 뛰고 있는 키스 밴 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혼이 팀 내에서 제일 친하게 지내고 있는 선수가 제이슨 윌리엄스인데, 연봉협상을 할 때 네츠가 윌리엄스가 요구한 액수의 연봉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혼은 구단주에게 전화를 걸어 제이슨에게 그 돈을 주지 않으면 자기를 팀에 붙들어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흑인 선수가 그런 짓을 했다면 그는 언론에 의해 무진장 괴롭힘을 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혼은 네츠의 이익을 정말로 걱정하는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나는 언론이 백인들의 정서를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버코우〓흑인선수들도 인터뷰를 할 때 백인 기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면서 특정 주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앰더〓그렇다면 우리가 아직 흑백의 구분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겁니까.

앤더슨: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흑인 선수들의 수에 대한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 팀에 흑인선수가 몇 명이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가 어느 정도 진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애러튼〓그렇습니다. 지금 흑인들로만 구성된 팀이 나타났다고 해서 기자에게 특별히 취재지시를 내리는 스포츠 부장은 없을 겁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진보인 셈입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race/070200sports-transcrip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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