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안정환, "임대로는 스페인 못가" 선언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35분


왜 한국축구 톱스타들의 유럽진출은 왜 번번이 공수표 일까.

미남스타 안정환(24·부산 아이콘스)이 최근 구단에서 추진해온 스페인 레알 라싱 입단을 거부하면서 2002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최용수, 지난달 이동국에 이은 세 번째 유럽 진출 무산.5일 부천 SK전을 앞두고 서울에 올라온 그를 4일 오후 만나 실상을 알아봤다.

-레알 라싱 입단을 거부한 이유는.

임대로 갈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가도 당장 뛸 수 있는게 아니고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한 두 경기만 출전하게 되면 어떡하는가.이적을 하면 설사 그 구단에 적응하지 못해도 다른 유럽 구단에 팔 수 밖에 없어 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레알 라싱의 계약 조건도 불만스러웠다.3년간 연봉이 고정돼 있는데다 집이나 차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이런 식으로 나가면 설사 성공해도 다른 선수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나쁜 선례가 무슨 의미인가.

선수 입장이 돼보지 않으면 모른다.추후 유럽에서 한국 선수를 영입할 때 모델 케이스가 될텐데 나쁜 조건으로 나가면 원망이 쏟아질 것이다.

-입단 테스트를 거부하는 것이 혹시나 실력에 자신감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입단테스트 자체는 개의치 않는다.실패하든 성공하든 일단 유럽에 가보고 싶다.그러나 유럽에서 특정 선수를 스카우트할땐 이미 그 선수의 플레이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또 만의 하나 입단테스트에서 떨어졌을 경우 개인적으로도 치명타를 입게되고 한국 축구도 역시나 라는 소리를 듣게될 우려가 있다.

-한국 선수들이 거품에 취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해 못하겠다.유로 2000을 열심히 봤지만 어느 팀이건 한국 선수가 끼어서 구멍이 날 경우는 없다고 판단했다.한국 선수도 능력이 충분히 있다.선수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깔아뭉개는 것은 맥빠지는 일이다.

-스페인 리그를 선호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독일 이탈리아 등 거친 리그에 적응할 자신이 없다.아시아 선수들에게는 기술 위주의 스페인 리그가 성공 확률이 높다.나 역시 신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기술이 주무기이기 때문이다.

-스페인리그 이적은 어떻게 돼나.

일단 개인 에이전트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선수등록 마감인 9월8일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실패할 경우를 생각치는 않는다.가든 안가든 적절한 시기에 그간의 이적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표할 계획이다.왜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못 나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둔 바가 많다.

-최근 국내리그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비결은 뭔가.

축구도 못하는데 무슨 해외 진출이냐는 악평을 듣기 싫어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했기 때문일것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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