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왕위전 도전자결정전]서봉수9단,이세돌3단에 불계승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4분


“과연 불사조(不死鳥)야.”

7월3일 한국기원 기사실에서는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봉수(徐奉洙) 9단이 이날 벌어진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세돌(李世乭) 3단을 압도하며 종반 꽃놀이 패를 벌이자 관전하던 프로기사들은 서9단의 괴력에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저것 봐, 바둑돌 놓는 서9단의 손이 바둑판 위에서 주춤주춤하며 떨리고 있잖아. 그건 서9단이 이겼을 때 나오는 버릇이라구.”

“끝났어. 패 안하고 그냥 계가로 가도 이기겠는 걸.”

결국 서9단은 248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이창호(李昌鎬) 왕위에 대한 도전권을 따냈다.

서9단으로서는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의 본선리그 성적은 서9단 4승1패. 이3단은 6연승. 왕위전 이전까지 이3단은 서9단에게 무려 4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바둑팬들은 32연승의 놀라운 성적에다가 왕위전에서 조훈현(曺薰鉉) 유창혁(劉昌赫) 9단을 연파한 이3단의 우세를 점쳤다.

서9단이 도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은 우선 조9단의 벽을 넘고 이3단을 연거푸 이기는 것.

먼저 조9단을 300수가 넘는 난타전 끝에 눌렀다. 그리고 이3단과의 두차례 대국에서 모두 대마를 잡고 승리를 거뒀다.

96년 진로배에서 9연승의 신화를 거둘 때처럼 남들이 모두 안될 것이라고 고개를 흔들 때 그는 보란듯이 해낸 것이다.

한 동료기사는 “서9단은 ‘관록’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며 “억지로 대마를 잡으러 가거나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실착을 정확히 받아쳐 승리를 거뒀다”고 평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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