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승희/性할당制를 확대하자

입력 2000-07-02 20:11수정 2009-09-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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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다섯 해를 맞는 여성주간(7월 1∼7일)의 주제는 '21세기, 이제는 여성'이다. 이제는 여성? 그러면 남성은 어쩌라고…. 과거 어느 때보다 여성에게 많은 권리와 혜택이 주어지는 지금, 여성들은 무엇을 더 원하는 것일까?

여성발전과 여성의 주류화(gender-streaming)는 6월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여성특별총회가 던진 화두다. 총회에 참석한 나는 "이것이 과연 여성의 정당한 권리인가 아니면 무리한 요구인가”라는 의문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나 답은 곧 명확해졌다. 여성계의 역사와 현실은 나에게 화두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올해 총회는 95년 중국 베이징(北京) 세계여성대회가 채택한 행동강령의 국가별 이행상황을 보고받고 장애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 강령을 채택하는 회의였다.

187개국에서 참가한 1만여명의 정부 및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은 세계 각국이 대체로 베이징 행동강령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 반여성적인 전통이나 관습, 가족계획, 여성의 사회참여 등에서 많은 발전과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여성 고용의 불안정, 무력분쟁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위협, 인신매매, 여아 또는 여성의 에이즈 감염 확산 등이 여성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요소로 지적됐다. 세계화가 여성의 빈곤을 촉진시켰다는 점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동의했다. 정보시대에 걸맞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저소득 여성들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상도 논의됐다.

우리 정부는 세계화 과정에서 여성의 주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무상직업교육, 100만 주부 인터넷 교육 등 정보사회에 대비한 여성인력발전 5개년 계획 등을 수립해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진정한 남녀평등사회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 중심적이고 성정형화된(gender-stereotyped) 사고를 우리 사회가 넘어서지 않는 한 ‘평등’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제 역사의 주인공은 남성과 여성이다. 여성은 가끔 조연으로 출연하는,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서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차별로 인한 남녀의 간격을 좁히려면 적극적인 성 할당제 등이 이행돼야 한다. 모든 차별적 법령과 제도, 그리고 관행이 철폐되고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 이것은 여성의 권리이자 이미 보편적 인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성의 주류화란 남성 위주의 구조에 여성이 그 한 편을 차지하는 불완전한 ‘남녀 통합’이 아니라 ‘평등 구조에서의 남녀 동반자 관계’를 말한다.

남성 여성 모두 두려워 말자. 빼앗긴다는 생각도, 빼앗는다는 생각도 모두 잘못된 것이다. 여성이 맡는다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훈련 과정과 참여 기회를 갖는 것은 여성의 권리이다. 역사는 계속될 것이고 새 역사 속에서는 전통이나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을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 남녀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

남승희(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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