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6월 29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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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추억과 맞바꾼 꽃다발▼

미드타운에 있는 한 꽃집에서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줄 꽃다발이 완성되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뉴욕시 소방관 복장을 한 남자가 허겁지겁 들어와 꽃다발을 먼저 받아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에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약속시간에 늦었다며 양해를 구한 것이다.

그는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 ‘러브 어페어’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 마침 이날은 여자 친구의 생일이었고 그는 빌딩 전망대에서 청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나도 옛 생각이 떠올랐다. 57년 캐리 그랜트와 데버러 커가 완벽한 연기를 펼친 영화 ‘어패어 투 리멤버’가 생각났다. 그 영화를 함께 봤던 사람은 바로 42년째 함께 살고 있는 내 아내다. 나는 그 소방관에게 행운을 빌며 흔쾌히 꽃다발을 양보했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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