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뮤지컬 '렌트'의 두연인 남경주·최정원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7월5일 막을 올리는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 ‘렌트(Rent)’의 두 주인공 남경주(36) 최정원(31). 남경주는 뮤지컬계에서는 드물게 한해 개런티만 억대 이상을 기록했던 별중의 별이다. 감성이 실린 다이내믹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최정원은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중분만으로 딸을 출산, 무대 밖에서도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렌트’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으로 옮겨 재해석한 작품. 현재 이 작품은 공연에 앞서 1만5000여장이 예매돼 ‘명성황후’의 예매기록을 앞섰다.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에이즈에 걸린 작곡가 로저와 댄서 미미, 슬픈 연인 연기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두 주인공을 만났다.

▽남경주〓“97년 미국 유학중 이 작품을 처음 본 뒤 전율을 느꼈습니다. 4차례나 봤지만 그 느낌이 생생해요. 5년째 롱런 중인 이 작품의 인기비결은 에이즈와 동성애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사랑과 우정이란 인간적 본질을 충실하게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 작품의 생명력에는 평생을 ‘렌트’에 바쳤지만 초연을 하루 앞두고 숨을 거둔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피와 그를 빛내려는 동료들의 땀도 들어있지요.”

▽최정원〓“무엇보다 스토리와 음악에 푹 빠졌죠. 미미는 로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너무 힘겹고. 하지만 난 지금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행복의 절정에 올라 있는데…. 어쩌면 작품의 미미와 현재의 내 인생이 너무 달라 끌리는 것 같습니다.”

과연 브로드웨이에서의 위세가 ‘한국판’에서도 이어질까.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스타로서 로열티를 지급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입장은 어떨까.

▽남〓“‘렌트’의 메시지는 에이즈와 동성애 등 무엇이 장애물로 그려지느냐가 아니라 사랑과 우정을 위한 인간의 싸움이죠. 미국과 현실은 다르지만 우리 관객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최〓“지난 5월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미미를 봤을 때 그녀가 내 몸속으로 빨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섣부른 말인지 몰라도 내가 더 잘 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최〓“이런 자신감은 어쩌면 결혼과 출산이 준 ‘선물’이 아닐까요. 몸과 정신의 조로(早老)를 막기 위해 결혼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게 한때 지론이었습니다. 연기도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믿었고. 하지만 최근 남편, 아기와 접촉하면서 내 오감을 통해 신비로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남〓“십수년 뮤지컬을 한 입장에서 창작품이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일본 극단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해외에 역수출한 것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작정입니다.”

91년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등 7편에서 ‘단골 연인’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인터뷰중에도 말이 끊어지면 기타를 치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끼’를 보여주면서 둘이 다시 무대에서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

▽남〓“난 정원씨가 무대와 사생활에서 조금 ‘쿨’해졌으면 좋겠어요.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정제’하는 게 진짜 배우라고 느껴요.”

▽최〓“연습에서 너무 ‘오버’했나요. 실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만 감정을 자주 분출해봐야 정제된 감정 연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1년반만에 만나는 무대와 팬이 너무 그립습니다.”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2만∼6만원. 02-580-1300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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