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투수에게 있어 올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해태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됐지만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조계현은 올 초 연봉이 절반(5400만원)으로 뚝 깎인 채 두산으로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게 삼성이 그를 버린 이유였다.
송진우는 지난 겨울 3년간 7억5000만원의 다년계약을 맺는 행운을 안았지만 선수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프로야구 태풍의 중심에 섰다. 겨울훈련을 하지 못한 탓에 개막전 엔트리에서조차 제외돼 올 시즌 활약에 의문이 제기됐던 게 사실.
그러나 역시 이들은 ‘선산의 늙은 소나무’였다.
해태 시절 스승(투수코치)이었던 두산 김인식감독의 따뜻한 배려 속에 겨우내 이를 악물었던 조계현은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조계현만 등판하면 팀타율 3할을 자랑하는 두산 타선은 맥을 못추었고, ‘나이를 잊은 투구’를 하던 그는 시즌 개막 후 한달을 넘기지 못한 채 오른쪽 어깨통증이 재발해 두 달여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더그아웃을 기웃거리던 조계현이 부활의 날개를 다시 편 것은 부상 치료 후 두번째 등판인 24일 SK와의 인천경기. 온갖 변화구로 ‘팔색조’ ‘한국판 그렉 매덕스’로 불리는 그는 이날 6회 2사까지 6안타 2실점으로 SK 타선을 봉쇄, 시즌 2승을 모두 SK전에서 따내며 팀의 8연승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올 시즌 6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39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04를 기록, 규정이닝(67이닝)만 채운다면 당장에 평균자책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성적.
송진우는 23일 삼성전에서 6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됨으로써 규정이닝에 진입하며 평균자책 1위(2.57)로 떠올랐다. 올 시즌 7연승 무패(1세이브)로 승률도 1위. 조계현의 경우와 달리 올 시즌 한화는 송진우만 등판하면 방망이가 폭발, ‘회장님은 확실하게 모신다’는 충성서약을 확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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