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제리 브룩하이머'

  • 입력 2000년 6월 23일 10시 43분


영화를 보면서 제작자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관객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제리 브룩하이머(54)는 다르다. 두 시간 동안만이라도 일상의 모든 것을 잊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그의 이름보다 더 확실한 보증은 없다. <더 록> <아마겟돈> <콘에어> 세 편의 영화로 11억 달러 이상을 벌어 들인 남자. 틀에 박힌 이야기와 전형적인 캐릭터만으로도 마술같은 흥행 성적을 올리는 제작자 브룩하이머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오는 24일 개봉할 <식스티 세컨즈>가 그 영화다.

물론 <식스티 세컨즈>는 아카데미를 수상한 두 주연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와 안젤리나 졸리를 가장 먼저 내세우는 영화다. 그러나 암울한 연쇄살인극 <칼리포니아>의 감독 도미니크 세나와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를 간직한 안젤리나 졸리, 액션스타라고 부르기에는 아직도 힘이 딸리는 니콜라스 케이지만으로 이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마겟돈>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브룩하이머를 믿고 <식스티 세컨즈>를 택했을 것이다. "나는 오스카 트로피보다 돈을 택하겠다"고 말하는 브룩하이머는 끈질기게 아카데미를 소망해 온 스티븐 스필버그와 다르다. 비평에 신경 쓰지 않는 그는 확실한 재미만을 추구한다. 관객이 브룩하이머를 믿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특수효과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시각을 만족시키고 진부한 로맨스를 삽입해 감정을 자극하는 그는 결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성공한 광고감독이었던 브룩하이머가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것은 7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는 곧 돈 심슨과 함께 <플래쉬 댄스> <비버리힐스 캅> <탑 건> 등 80년대 최고의 히트작들을 제작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곧 곤두박질쳤다. 카리스마있고 영리한 동료 심슨이 약물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80년대 후반에서 94년에 이르는 이 시기에 그가 제작한 영화 중 제대로 된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폭풍의 질주> 한 편뿐이었다. 더 이상 심슨을 참아줄 수 없었던 브룩하이머는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했고 <나쁜 녀석들> <크림슨 타이드>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96년 <더 록>을 제작하면서 그의 흥행신화가 시작되었다.

올해 브룩하이머는 <플래쉬 댄스>를 연상시키는 <코요테 어글리>와 덴젤 워싱턴을 기용한 <타이탄을 기억하라>를 개봉할 예정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운을 건다. 그리고 그 운은 항상 위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라고 말하는 브룩하이머. "영화의 흥행은 시작할 때보다 끝날 때를 지켜 보아야 알 수 있다"는 철칙을 가진 그는 재능과 끈기를 함께 갖춘 제작자다. 2001년 개봉을 목표로 하는 그의 대규모 전쟁영화 <진주만>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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