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동원증권 M&A공세에 난감한 KTB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국내 최고 M&A(기업인수합병) 베테랑으로 KTB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권성문(權聲文)사장이 평소 동생같이 생각하던 ‘햇병아리’ 2세경영인으로부터 M&A공격을 당하면서 곤경에 처해있다.

권사장은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장의 장남으로 동원증권을 지휘하고 있는 2세경영인 김남구(金楠玖)부사장과 KTB네트워크를 놓고 M&A전쟁을 치르고 있다. 동원증권이 KTB네트워크 주식을 한꺼번에 10%나 사들이면서 적대적 M&A가능성이 관심거리다.

동원증권은 최근 회사 상품계정으로 KTB네트워크 주식을 10%나 사들여 KTB네트워크 최대 주주인 미래와사람의 보유지분 10.86%에 바짝 다가섰다. 권성문사장의 개인 지분은 0.43%. 증권가에서는 M&A의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양측은 모두 ‘의미 있는 싸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원증권측은 “KTB네트워크와 박현주(朴炫柱)사장이 이끄는 미래창업투자가 벤처투자로 대규모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도 벤처투자를 해볼 생각으로 KTB네트워크 주식을 직접 사들였다”고 밝혔다. 동원증권 브로커 출신들이 KTB지분을 은밀히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도 퍼져있다.

회사 고위층은 “벤처투자는 해야겠는데 지금 벤처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렵기 때문에 벤처투자가 잘돼 있는 KTB네트워크 주식을 사들여 간접투자 효과를 노린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 1000억원이 종자돈 노릇을 하고 있다.

태영도 KTB네트워크 지분을 5%나 사들여 김부사장과 연합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윤세영 SBS회장 아들인 윤성민씨는 SBS인터넷 대표로 있는데 김부사장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 두 사람이 지분을 합치면 15%나 돼 KTB네트워크 대주주인 미래와사람과 권사장 지분을 합친 것보다 물량이 훨씬 많다.

동원증권측은 “투자목적이지만 주가가 빠질 경우 추가로 매집할 수 있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해 KTB네트워크측은 “동원증권측의 주식매집행태를 보면 M&A 논리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M&A 가능성을 애써 부정한다. M&A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명분싸움에서도 동원증권측이 뒤진다는 것. 권사장이 회사경영을 잘하고 있는데다 김부사장 부친이 무역협회장을 맡고 있는 공인(公人)이어서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적대적M&A를 실행하기가 쉽겠느냐는 것이다.

KTB네트워크는 “실제 M&A시도를 한다고 해도 실탄이 넉넉하다”며 “동원증권측이 KTB네트워크를 먹으려고 한다면 동원측도 초토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83학번으로 63년생. 권사장은 한 살 많은 62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81학번. 미국 미주리대에서 MBA를 받고 한국에서 M&A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두사람은 윤성민 대표와 함께 재벌2세 모임인 ‘푸르네’에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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