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부담없이 가벼운 액션영화 '젠 엑스 캅'

  • 입력 2000년 6월 21일 11시 03분


국제적인 무기 밀매 조직에게 부하를 잃은 진경위는 혼자서라도 범인을 체포하기로 결심한다. 의심 받지 않고 수사하기 위해 '양아치'처럼 보이는 요원을 찾던 그는 경찰 학교에서 퇴학당한 세 문제아를 발견한다.

교관에게 반발하며 제복을 태우는 태자(사정봉)와 해파리(이찬삼), 매취(스티븐 펑). 그들은 중간책인 다니엘의 신임을 얻어 무기 밀매 조직의 아까도라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는 경찰의 침투 작전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경찰을 믿지 못하게 된 그들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젊은이들은 삶이 한 발자국씩 움직이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인내보다 혹은 원칙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나이트 클럽에서 무기 밀매 현장으로, 다시 폭발물이 숨겨진 프레스 센터로 좌충우돌 뛰어 다니는 <젠 엑스 캅>의 세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빠른 비트의 음악에 몸을 실은 이들에겐 회의나 망설임이 끼어 들 시간조차 없다. 오해로 수배당했을 때도 스스로 '젠 엑스 캅'이라 칭하며 돌진하는 이들은 언제나 자신만만하다. <젠 엑스 캅>은 제목 그대로 'Gen-X', 엑스 세대를 겨냥하는 영화인 것이다.

무협을 SFX로 변형시킨 <중화영웅>이나 스피드에 집중하는 <극속전설>처럼 <젠 엑스 캅> 역시 화려한 볼거리가 홍콩 영화의 살 길이라고 믿는다. 감독 진목승은 전세계를 가로지르며 규모 있는 스펙터클을 강조한 <성룡의 C.I.A>로 재미를 본 전력이 있다.

그러나 <젠 엑스 캅>에는 지난 홍콩 영화의 그림자가 무의식처럼 깔려 있다. 아스팔트 위에 버려져 죽어 가는 남자를 향해 아까도라는 어린 시절 보았던 유령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젠 엑스 캅'의 리더격인 태자는 죽은 동생을 추억하는 조직의 보스를 차마 공격하지 못한다.

악당에게 배어 있는 한 줄기 인간미. 범죄자가 주인공인 <첩혈쌍웅> <영웅본색>이 겹쳐지는 부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비감어린 장면들이 전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까도라와 마주선 태자는 "죽은 진경위가 우리를 알아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신뢰에 보답하고자 복수를 결심한 그의 말에는 아무런 울림이 없다. 삶이 가볍기만 한 '젠 엑스 캅'은 80년대 홍콩 느와르의 끈적이는 정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젠 엑스 캅>은 잘 만들어진, 재미를 주는 데 충실한 액션 영화다. 20피트의 거대한 미니어처를 폭파하고 고공낙하와 거대한 화염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중화영웅>의 사정봉과 <메이드 인 홍콩>의 이찬삼 등 젊은 스타들도 부담 없는 줄거리를 발랄하게 끌어 나간다.

성룡의 카메오 출연은 이 영화에 마침표를 찍는다. <젠 엑스 캅>은 죽음을 품고 다니는 아까도라를 삽입하기 보다 그들에게만 눈길을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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