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승승장구' 이세돌 "왕위전 게섰거라!"

  • 입력 2000년 6월 15일 10시 10분


'불패소년' 이세돌(李世乭)3단의 기세가 여름철 들어서도 꺾일 줄 모른다.

올초 32연승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더니 이젠 왕위전을 접수할 태세다.

이3단은 5일 열린 제34기 왕위전 본선 18국에서 조훈현(曺薰鉉) 9단에게 24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더니 나흘뒤 유창혁(劉昌赫) 9단과 대국에서도 204수만에 백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6승으로 리그 단독 선두. 이제 4승1패인 서봉수(徐奉洙)9단과 마지막 대국을 남겨놓고 있다. 이기면 도전권을 따고 져도 동률 재대국이 남아있다.

또 그 전에 서봉수 9단이 조훈현 9단에게 지면 도전권은 자동으로 이세돌 3단에게 돌아간다.

이세돌 3단의 6승중 조훈현 9단과 둔 바둑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좌하귀에서 절묘한 사석작전을 성공해 우위를 점한 이3단은 '흔들기'의 대가인 조9단의 거센 도전을 침착하게 물리치며 완승을 거뒀다.

올해 이3단이 세운 32연승은 대단한 기록이긴 했지만 주로 예선대국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바둑계에서는 이3단이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등 정상급과 맞붙었을 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이3단은 이들과의 대국에서 보란듯이 승점을 기록해 자신의 성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6월14일까지 전적은 39승2패. 가히 패배를 모르는 소년이라 할 만하다.

95년 12세에 입단할 때부터 탁월한 감각과 빠른 수읽기로 '리틀 조훈현'으로 불리며 찬사와 기대를 한껏 모았던 이세돌 3단. 그러나 손이 빨리 나가고 경솔한 성격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이같은 단점이 고쳐졌다. 바둑으로 대성하라는 의미에서 돌(乭)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던 아버지의 타계는 그를 변하게 했다.

요즘은 제한시간을 다 쓰는 신중한 바둑을 보여준다.

이3단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만간 있을 이창호(李昌鎬)9단과의 대결이 바둑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서정보<동아일보 문화부 바둑전문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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