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남북정상회담이후 증시의 방향

  • 입력 2000년 6월 13일 14시 49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후 장세의 향방은.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만난 13일 증시의 조정 양상은 그동안 기대감에 부풀어 급등하던 장세가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강력한 호재에 수면 밑으로 잠겨들었던 증시의 부담 요인들이 하나둘 머리를 내밀면서 숨고르기 할 시간을 주는 듯 하다.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보면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일단은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일단 흥분됐던 마음을 추스르고 한발 물러서 장세 흐름을 지켜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세종증권은 13일 단기적으로 주식 매수에는 부담이 따른다며 그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1) 이미 저점대비 30%가까이 상승해 낙폭과대라는 투자매력이 약화됐다.

2)종합주가지수가 120일선 이동평균선에 근접해 저항 강도가 커지고 있다.

3)한국통신, SK텔레콤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외국인 한도가 상당비율 소진돼 지수 관련주에 의한 종합주가지수 상승폭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투신권 부실펀드 내역 공개와 은행의 부실 공개, 중견기업의 유동성 위기 표면화등 악재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대우증권이 조정장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더 구체적이다.

작년말이후 회사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부족분을 메워주던 기업어음(CP) 발행이 중견기업들의 신용리스크 증가로 인해 지난5월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식발행이 1조4,890억원이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도 올들어 첫 하락세를 보였다. 중견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나 이는 주식시장의 공급물량을 증가시켜 수급 악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도 6월에 이어 7월에도 만기 도래할 수익증권의 규모가 크고 그동안 시장 과열이 심각해 지수 이격률(20일)이 114.8%에 달하는 것을 볼 때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 부장은 "종합주가지수 880선안팎에서 대기 매물이 많아 단기적으로 이를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고 외국인이 지난주에는 5,000억원가까이 순매수했으나 이번주에는 2,000억원내외로 순매수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여 당분간 800∼850선에서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양증권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국가 위험도가 낮아지고 남북 경협이 가시화되면 경기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화증권 박시진 팀장은 장세 변수를 아예 미국 증시에서 찾았다.

남북 정상회담 재료는 이미 증시에 반영될대로 반영됐다. 따라서 남북회담은 획기적인 성과가 나오지않는 한 향후 장세에 영향을 줄 여지는 별로 없다. 이제는 이달말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다시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달말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지을 요인중 하나가 오는14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 그동안 대규모 순매수를 보이며 장을 이끌던 외국인이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두고 한국에서도 거래 규모를 줄이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지수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미국 나스닥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투신권등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투자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을 지켜볼 시점이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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