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진석/연사적인 南北정상회담에 부쳐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구세주 강생 2000년 대희년에, 6·25전쟁이 일어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에 김대중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지게 된 것을 하느님이 주신 은총으로 생각합니다.

신앙인의 눈으로 보면, 외세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분단된 이후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대희년 6월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작용하시는 듯합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교회는 우리 민족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정상회담을 환영하며 알찬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수나 영토 크기로 보아 작은 나라에 속합니다. 인구도 남북한 모두 7000만명밖에 되지 않고 국토 면적도 22만㎢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주위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큰 나라들이 있으며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 적대와 증오로 점철된 채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사상과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유럽에도 12개국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추세입니다.

세계가 하나 되는 추세에 비춰 볼 때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어야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간에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인 부분 외에도 경제적 문화적 민족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져 진정한 민족 화해와 일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월말의 북한 어린이 공연단과 6월 평양 교예단의 초청 공연은 남북한의 문화적 교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고 종교간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이후에 열리게 될 남북간의 여러 회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먼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역간 계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 안에서 하나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간의 담을 헐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인내심을 가지고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기도하고 용서하며 나눔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1995년부터 매주 화요일 명동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또한 굶주리는 북한의 형제들을 위한 나눔운동을 통해서 78억원에 달하는 식량을 제공하였습니다. 이같은 기도와 나눔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대교구장이면서 평양교구장서리로서 북녘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 북한 교회를 방문하여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2000년 대희년에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으로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할 수 있기를 청하며 앞으로도 교형자매 여러분께서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진석(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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