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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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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대 이기준(李基俊)총장과 함께 두 학교의 일본학과 한국학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도쿄대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총장은 향후 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하스미총장은 양국간의 '과거사' 때문에 도쿄대에서 한국학 과목 설치가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화인류학과와 아시아학과 그리고 동양문화연구소에서 한국학 연구를 하고 있으며 입학시험에서도 한국어를 선택 과목으로 포함시킬 정도로 한국학 연구가 일본 내의 어느 대학보다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하스미총장은 98년 도쿄대 졸업식사에서 이 대학 출신 고급관료 9명이 금융스캔들로 체포된 사건을 두고 "그들의 파렴치한 언동에 권력지향적인 도쿄대 특유의 풍토가 반영돼 있다면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 깊게 반성해야 한다"며 통렬한 자아비판을 해 화제가 됐다.
하스미총장은 이를 떠올리며 "지식은 있으나 지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며 "도쿄대와 서울대생 모두 순수 혈통주의와 수직적 사회구조를 고수한다면 당시 일본 관료들처럼 타락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간 대학 입시제도에 관해서는 "한국의 대학들이 2002학년도부터 무시험 전형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일본보다 앞서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도쿄대는 당분간 필기시험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스미총장은 60년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불문학자이자 영화평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영화평론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영화와 재즈와 팝음악을 빼고 20세기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영화를 지켜온 사람이 임권택감독인데 칸영화제가 이를 너무 늦게 평가한데 대해 욕을 해주고 싶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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