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청주지검엔 '문화'가 있다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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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검찰청 맞아?”

청주지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되는 ‘의문’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맨 먼저 청사 앞에 곱게 다듬어진 아름드리 나무숲이 눈에 띈다.

그리고 나무숲 사이로 벌거벗은 여체의 동상(銅像) 등 예술가들의 조각품 20여점이 전시돼 있다. 청주지검이 최근 완성한 이 ‘조각공원’은 12일 개관식을 시작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방문객들의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본관 1, 2, 3층 복도는 그야말로 일류 미술관에 비해 손색없는 ‘갤러리(화랑)’로 꾸며져 있다.

청사 현관을 들어서면 왼편 벽면에 진열된 커다란 수묵화가 인사를 한다. 충북 출신인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이 기증한 ‘포도와 다람쥐’라는 작품이다.

탐스럽게 열린 보라색 포도송이를 넘보며 웃음 짓고 있는 다람쥐들의 표정은 근심스럽게 청사를 들어선 피의자들의 마음을 한결 누그러뜨린다.

1, 2, 3층 복도에는 청주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기증한 한국화 25점을 비롯해 서양화 30여점, 조소 12점, 서예 25점 등 모두 131점의 그림과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99년 10월 개관한 ‘검찰 갤러리’는 청주시민들에게는 이미 관광명소가 됐다. 지금까지 학생 단체 관람객 등 모두 23000여명이 명화를 감상하기 위해 검찰청을 찾았다.

‘검찰 갤러리’는 평소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유창종(柳昌宗)지검장의 아이디어와 지역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돼 검찰 내에서도 ‘화제’다.

검찰 일부에서는 “피의자의 마음을 예술로 풀고 쉽게 자백을 받으려는 고도의 수사전략”이라는 우스개 섞인 찬사도 나올 정도.

이에 대해 유지검장은 7일 “검찰 특유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푸근하게 개선하고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갤러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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