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인/환경산업 속에 길이 있다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올해도 어김없이 환경의 날인 5일 정부의 기념행사가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이날을 기념해 왔지만 이번 환경의 날을 전후해 일어난 일들은 우리나라 환경정책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늦은 감은 있지만 심각한 난(亂)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준농림지를 폐지하기로 한 것, 몇년 동안 끌어온 동강댐 건설을 백지화한 것, 그리고 개발사업에 따른 비용을 현실화해 정부 예산에 반영하고 환경친화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우대하기로 한 것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보전-경제개발 조화 가능▼

정부의 결정에 맞장구라도 치듯 대기업들은 재활용 극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폐가전제품을 회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경제 5단체가 공동으로 “환경친화적 기업경영을 추구한다”는 ‘환경경영헌장’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발표를 보면 바야흐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개발에서 보전으로, 공급 위주에서 수요 중심으로 변해 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정착되었다. 그 이유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압력이 날로 증가해 정부정책을 제한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녹색소비자운동’을 통해 환경친화적 제품을 선호함으로써 기업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심지어 이런 변화에 둔감한 기업을 파산으로까지 이끈 것도 힘이 됐다. 그러므로 환경문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가 돼 버린 것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생존을 위해 변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환경보전과 개발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상과 현실인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약화돼도 괜찮은 것인가? 진정 우리에게 타협책은 없는가? 아니다. 길은 있다.

첫째는 환경 에너지산업 육성에 있다. 환경 에너지산업은 각 산업의 최고급 기술을 응용하고 있어 기술개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며 연관산업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동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환경산업 중에서 폐기물 및 바이오 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

둘째로 개발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 난개발은 정부의 정책 부재와 재정수입에 눈먼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행정, 체계적이지 못한 도시계획이 함께 초래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이다. 그러나 건설 초기부터 철저하게 사전환경성검토 제도를 도입해 환경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했다면 난개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경영자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대중대통령의 환경의 날 선언이 일과성 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뉴라운드의 최대 쟁점이 무역과 환경의 연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업은 제품의 생산 및 판매자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환경오염의 원인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진정한 환경친화적 기업으로 만들어 가는 데 최대한의 투자를 해야 한다.

▼국민의 감시 무엇보다 중요▼

마지막으로 국민의 역할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은 정부와 기업이 환경을 고려한 정책과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이윤의 창출과 함께 환경친화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국민은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환경정책에 부응해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환경보전과 개발은 자칫 이상과 현실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있는 한 개발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수단에 대한 방법론상의 문제가 있었으므로 수단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동시에 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표는 변할 수 없다. 우리가 정당한 수단을 사용하고 패러다임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순응한다면 동전의 양면은 서로 마주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인(중앙대교수·환경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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