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대가를 몰라보고▼

연극 연출가 데이비드 메릭의 사망소식을 접하니 그에 관한 일화가 생각난다. 68년경 내가 한 TV 쇼에 방송장비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했을 때다. 쇼는 유명인사를 방문해 찍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날의 주인공은 메릭이었다. 녹화는 세인트 제임스 극장 위편의 메릭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나는 무대배경이 잘 설치됐는지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다.

일이 끝나고 메릭이 사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메릭의 작품이 얼마나 근사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나치고 있었다. 참다 못해 나는 메릭에게 “사람들이 당신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당신이 책임자인 줄도 모르고서 말이에요. 영화 ‘42번가’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군요”라고 말했다.

그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쇼에 대해서는 열광하면서 연출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관객들과 공연장 문 옆에 무심히 서 있는 연출가 워너 백스터의 모습 등. 만일 당시 관람객들이 메릭을 알아보았다면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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