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국경넘은 한국배구 사랑

  • 입력 2000년 6월 6일 18시 39분


아시아남자배구 최강전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일본여성 이타가키 요코(板垣葉子·32)는 7일 한국선수단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에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이타가키는 4일 최강전이 끝나고 바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한국 선수단과 함께 가기 위해 일부러 사흘을 한국에서 더 머물렀다.

도쿄의 병원 간호사인 이타가키는 한국남자배구의 열성팬. 경기가 있을 때면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아 한국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도 얼굴이 낯설지 않다. 지난 슈퍼리그 때 2차례 온 것을 비롯해 한국팀의 팬이 된 2년 전부터 10번이 넘게 한국을 방문했다.

이타가키는 한일전에서 늘 한국을 응원해 일본 선수들의 ‘눈총’을 받는다. 이번 아시아남자배구 기간 중에도 일본팀 주장 타케우치의 정중한 항의(?)를 받기도 했고, 지난해 상하이에서 벌어진 올림픽 예선에서는 일본 응원단 사이에서 한국팀을 응원하다 쫓겨나 한국 응원단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중학 시절부터 배구를 해온 이타가키는 지금도 병원 내 배구 동아리에서 공격수로 뛰고 있다. 17일부터 일본에서 벌어지는 여자 배구 올림픽 세계 예선에는 의료 봉사자로 등록하기도 해 ‘눈’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배구를 즐기는 마니아.

이타가키는 “김세진의 플레이에 반해 한국 배구의 팬이 됐다”며 “그러나 선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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