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저작권침해 기소]'퍼온 글' 법에 걸면 걸린다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34분


지난달 말 한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서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평소 대중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리는 한 코스닥 기업체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출연’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 것.

그러나 사실은 그 최고경영자가 직접 대중 앞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자사(自社)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격려의 글을 띄운 것을 한 개인투자자가 퍼다가(다운받아) 증권정보 사이트에 게시한 것이다.

법조인들은 이처럼 남의 글을 퍼다가 인터넷에 띄우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1일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침해 업체를 기소한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김상우(金相佑)검사는 “인터넷에는 수많은 ‘퍼온 글’이 게시돼 있는데 이 글들의 상당 부분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이같은 저작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는 이유는 피해자(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고소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인들은 이제 네티즌들도 준법정신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성호(朴成浩)변호사는 “검찰이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침해자를 기소한 것은 가상공간에서도 현실세계의 저작권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문제의 글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인지 여부다. 예컨대 인터넷 신문의 경우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시사보도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창작성이 가미된 해설기사 등은 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터넷 신문에 올라 있는 해설기사 등을 무단 복제해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박변호사는 “인터넷상에서 남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정당한 범위 내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하지 않는’ 경우, 예컨대 저작물 전체나 대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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