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98세에 글 깨치고 102세에 출간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출판 역사상 자신의 이름이 책표지에 실리는 것을 보기 위해 조지 도슨만큼 오래 기다려야했던 사람은 없다. 도슨은 102세가 되서야 비로소 책의 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98세가 될 때까지 글을 읽을 줄도 몰랐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는 도슨은 올해 워싱턴주의 초등학교 교사 리처드 글로브먼(50)과 함께 ‘인생은 너무나 좋은 것’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노예였던 친척들 사이에서 자란 도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은 1920년대와 30년대를 살았던 미국 흑인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역사서이다. 게다가 도슨의 놀라운 관찰력이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20년대와 30년대는 쿠 클럭스 클랜(KKK)이 세력을 얻으면서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린치가 흔하게 행해지던 위험한 시대였다. 그 때는 심지어 흑인 야구팀이 백인 야구팀을 이기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었다.

‘인생은 너무나 좋은 것’은 이 위험한 시대를 많은 흑인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도슨은 10살 때 17세의 흑인소년이 백인소녀를 겁탈한 혐의로 린치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날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저 백인들 중 일부는 비열하고 못된 놈들이지. 일부는 겁에 질려서 저러는 거고. 그런 건 상관이 없다. 우리는 다른 인간에 대해 판단을 내릴 권리가 없는 거야.” 도슨은 이 충고를 오랫동안 간직했다.

겁탈당한 백인소녀는 나중에 백인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도슨의 기억에 따르면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아마 그때쯤 대부분의 사람들, 적어도 백인들은 모두 그 사건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잊지 않았다.”

도슨은 4살때부터 증조할머니, 할머니와 함께 밭에서 일을 하느라고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그에게 노예 노래를 가르쳐주었고, 그는 지금도 그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할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주인으로부터 노예들이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는 말을 듣던 날의 기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노예들 중 일부는 떠나는 것을 두려워했고, 일부는 소작인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들은 숫자를 셀 줄 몰랐기 때문에 농장 안의 상점에 빚을 져서 결국 다시 노예와 같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도슨의 자녀들은 도슨이 해군으로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편지를 한 통도 보내지 않을 때까지 아버지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다. 98세가 되던 해 도슨은 인근 고등학교에서 성인들을 위해 글을 가르쳐주는 교실을 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등록해서 이틀만에 알파벳을 다 외워버렸다. 마음이 아주 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고 말한다. 죽음이 다가오면 ‘영광의 땅’에서 쉴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books/052900dawson-boo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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