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영권 보호' 자사株 관심 커진다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정부가 증시활성화를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작고 대주주지분율이 낮은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정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시장에서 지분을 매집해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고 상장기업중에는 사내유보금이 시가총액보다 클 정도로 자금여력이 좋은 회사가 많기 때문.

이에따라 그동안 주가관리차원에서만 이뤄졌던 자사주취득이 경영권 보호차원으로 확대돼 그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M&A 재료가 부상할 경우 큰폭의 주가상승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거래소기업〓대우증권이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사주취득 완료후 5개월 주가를 분석한 결과 취득후 보유지분율이 10%를 넘거나 자본금 100억원 미만 종목의 평균주가상승률이 각각 43% 26%로 자사주매입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사주 매입물량이 많거나 자본금이 적은 기업은 시장유통물량 감소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 수급요인이 개선된다는 것.

신흥은 취득단가가 1만9033원이었으나 취득후 3개월 시점에는 5만5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취득후 보유지분율이 17%나 되고 자본금도 67억원으로 매우 적었기 때문. 또 조선매화 동아제약 미원상사 등도 자사주취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미래와사람은 자사주 취득 3개월후 주가가 45%나 하락해 안하느니만 못했다.

▽코스닥기업〓자사주매입효과보다 코스닥시장 폭락의 영향이 더 커 주가가 오히려 공시전보다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한국디지탈은 취득전 주가가 2만8800원이었지만 29일 종가는 1만1050원에 불과하다. 이는 자사주매입물량이 0.16%로 매우 적은 것도 큰 원인.

기술투자는 취득물량이 6.7%로 많은 편이지만 코스닥시장 폭락으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작용해 자사주매입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채 주가가 반토막났다. 유일반도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반면 제일테크노스는 자사주취득 직전 6280원에서 19800원(29일 종가)으로 3배 가량 뛰어올랐으며 반포텍도 취득전일 4100원에서 960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즉 자사주취득물량이 많아 실질적인 유통주식 감소 효과를 가져온 기업만이 주가상승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경영권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져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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