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피펜-LA 잭슨감독, 적수가 된 '사제지간'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42분


애지중지 가르쳐 놨더니 이젠 스승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한다.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스코티 피펜(35)과 LA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55)을 두고 하는 얘기다.

피펜과 잭슨은 89년부터 98년까지 9시즌 동안 시카고 불스에서 호흡을 맞추며 6차례나 NBA 정상에 오른 사제지간 .

하지만 올시즌 포틀랜드와 LA레이커스가 서부콘퍼런스 결승에 나란히 진출하면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시카고 시절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는 '트라이앵글 오펜스'였으며 피펜은 그 삼각축의 한 꼭지점을 이뤘다. 지난해 연봉 600만달러에 LA레이커스로 옮긴 뒤에도 잭슨은 이 공격전술을 즐겨 써먹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눈감고도 훤히 잭슨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피펜을 앞세운 포틀랜드에는 제대로 먹혀들리 없었다. 23일 2차전에서 LA레이커스가 77-106, 29점차 완패를 당한 것도 포틀랜드의 강력한 수비에 득점력이 뚝 떨어졌기 때문. 게다가 피펜은 잭슨이 구사하는 고도의 심리전술에도 익숙해 있어 동료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이끌었다. 공격에서도 피펜은 정규리그에서 평균 12.5점을 터뜨렸으나 LA레이커스와의 1,2차전에서는 평균 20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포틀랜드에서 유일하게 챔피언 반지를 갖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답게 큰 무대에 강한 면모를 보인 셈.

정규리그에서 최고승률을 올리며 정상 정복의 꿈을 부풀렸던 잭슨은 애제자 피펜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다.

굴욕적인 2차전 패배를 당한 잭슨은 "포틀랜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사냥개에 불과하다. 피펜은 교묘하게 금지된 지역방어까지 썼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감정 대립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피펜과 잭슨은 27일 포틀랜드의 로즈가든에서 3차전을 치른다. 올 플레이오프 원정경기에서 LA레이커스는 1승3패로 열세를 보인데다 완패의 후유증까지 남아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도인의 경지 에 이르렀다는 승부사 잭슨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피펜은 다시 한번 비수를 던지며 포틀랜드의 상승세를 이어나갈까.

이날 승부의 향방이 챔프결정전을 향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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