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나스닥 장중 등락폭 심해…투자심리 불안이 원인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47분


최근 미국 나스닥지수가 장중에도 죽 끓듯이 변동하고 있다.

23일(미국 시간) 나스닥지수는 장중내내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시초가인 3300선을 근근히 유지해나갔으나 마감 직전 5.93%나 수직낙하, 작년 1월중순 이후 가장 낮은 3,164.55를 기록했다.

22일에도 방향은 달랐지만 변덕의 강도는 비슷했다. 3300선으로 시작한 지수가 장중 한때 3200선을 밑돌더니 마감을 두시간 남기고 급등, 결국 전날 종가에서 0.77% 떨어지는데 그친 것.

미국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힘 빠진 증시를 극도의 불확실성이 내리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언제까지 계속할지,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이로 인해 미국 경제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나 둔화될지 등에 대해 확답을 줄만한 이렇다할 근거지표가 없다. 적어도 고용동향 자료가 발표되는 6월 2일까지는 정보부재에 따른 이런 류의 투자심리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첨단기술주 주가가 그동안의 주가하락으로 적정수준으로 돌아갔는지를 판단할 길이 없다는 점. 이에 따라 미 증시 일각에서 ‘일부 기술주들은 주가수익배율(PER), 주가매출액비율(PSR)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 볼 때도 저평가됐다’는 ‘역버블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술주 매도러시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시스코시스템스 주가조차 배런스지가 주가적정성과 성장전략을 정면으로 문제삼기 전날인 5일 67달러선에서 23일 50달러선으로 폭락했다. 기술주의 적정주가수준은 나스닥이 바닥을 거친 뒤 기술주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검증받아 나가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증시의 수급여건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증시는 마진콜(신용거래증거금을 채워넣으라는 요구)과 록업(임직원이나 창투사에 대한 매도 유예) 해제에 따라 매도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있는 반면 통화량 증가속도 감소와 유럽 등지에서 외국자금 순유입세가 둔화돼 수급 면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스닥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금리인상과 경기둔화를 시사하는 확실한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시장전략가 바이론 빈은 “나스닥지수가 추가적으로 2500∼3000선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으며 나스닥 조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통주 중심의 다우지수도 동반급락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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