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서울 대치3동 '맛자랑'

  • 입력 2000년 5월 22일 20시 08분


점심시간 직장 동료와 함께 맛집을 순례하는 일은 샐러리맨의 즐거움중 하나다. 오늘 아침 신참내기 A가 출근하자마자 “콩국수, 특종입니다”를 외쳤다.

콩국수란 단어를 듣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전 돌아가신 장인어른은 날이 더우면 늘 메밀국수나 콩국수를 찾으셨다. ‘사위도 자식’이라며 유달리 사위 사랑이 지극했던 장인. 변변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서울 강남구 대치3동 아파트 숲 속에 크지는 않아도 깨끗하고 깔끔한 ‘맛자랑’이란 식당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둥굴레차를 내놓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릇도 이중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서 두터운 공기층이 온도변화 없이 음식맛을 그대로 유지해준다.

콩국수의 생명은 콩. 수입콩으론 콩국수의 제 맛이 나지 않아 강원도산 백태(흰콩)를 쓴다. 국물이 밀크쉐이크를 먹는 것처럼 걸쭉하고 고소하다. 다 먹을 때까지 콩을 방금 간 것처럼 거품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개 콩국수집은 식탁에 소금통이 있어 간을 맞추지만 국물이 차고 뻑뻑해 소금을 넣어도 잘 녹지 않아 혀를 고생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집 식탁에는 소금이 없다. 싱겁다고 느껴지면 먹을 만큼 통에 담겨나오는 김치로 간을 맞춘다. 멸치액젓을 써 매일 저녁에 겉절이로 담아 다음날 내놓는데 감칠맛이 일품이다.

닭을 푹 고아 우려낸 담백한 국물맛의 닭칼국수와 홍합 바지락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개운한 해물칼국수도 맛있다. 가격은 모두 4000원.

매일 정오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여는데 특히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으니 조금 일찍 가거나 오후 1시 이후에 가는 것이 좋다. 02-563-9646

김재찬(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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