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미 금리 인상이후 국내 증시의 향방

  • 입력 2000년 5월 17일 11시 15분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 악재가 사라진 이후 국내 증시는 어느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국내 증시가 이달들어 줄곧 금리 인상을 앞둔 미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후 미 증시의 긍정적인 모습은 국내에도 단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래소의 경우 관망세를 보이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매수 세력으로 나서면서 800선으로 올라가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약세가 지속되던 선물지수가 강세로 돌아서면 프로그램 매수세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래 부진속에 조정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추세상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국내의 악재 요인들이 많아 미 증시가 상승할 때의 동조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국내의 악재 요인으로는 투신권의 매수여력 약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 금융권 구조조정, 경상수지 악화 우려등을 꼽을수 있다.

증시의 수급 불안은 정부가 지난해 3조에 이어 5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들의 믿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대한등 대형 투신사에서 비롯되고 있다.

투신사들은 간접투자상품에 돈이 유입돼야 증시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데 투자자들이 더 이상 못 믿겠다며 돈을 빼내다 보니 증시가 좀 살아날만 하면 매물을 쏟아내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악동이'로 전락했다.

투신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데는 지난 수십년동안 편하게 영업해 마케팅 능력등을 키우지 못한 자체적인 문제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어 문제이다. 공적자금을 확실히 확보하지 못해 최종 투입 시기를 9월로 한참 늦추다 보니 그때가서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

특히 오는7월 채권 시가평가제의 실시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의구심을 부추기는 것도 투신사에 들어오려는 돈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신사으로의 신규자금 유입은 투신권의 클린화가 가시화되는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합병등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증시에서 금융주의 선도 역할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1월로 예정된 예금보장제도의 축소를 앞두고 은행들의 합병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하반기에는 어떤 식으로든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은행, 증권등 금융주의 주가는 올들어 하락 행진을 멈추지않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급등과 설비투자 증가등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우려도 증시에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국중 하나였던 인도네시아의 금융 불안 재발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뒤이어 관심사로 떠오른 해외 변수이다.

반면 삼성전자, SK텔레콤등 대형주를 비롯한 거래소 상장종목들의 1/4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온 것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 또 반도체업계의 활기와 6월부터 본격화될 IMT-2000 사업자 선정 작업도 증시에 활력을 주는 요소이다.

문제는 이러한 호재 요인들이 증시에 상승 계기로 작용하려면 매수 주체세력이 강력히 나오고 주도군도 형성되어야 하는데 당분간은 주도세력이 대두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팔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이 개별종목을 중심으로 매매는 활발히 하고 있으나 투자 분위기가 크게 살아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지수 상승을 이끌 대형주들의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창투사등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매물을 내놓는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 증시의 금리 인상후 안정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단기에 그치고 국내 시장의 중장기적 방향성은 내부 악재 요인의 해소 여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