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G세대]'그 때 그 쑈…' 배삼룡씨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38분


“내가 뭘….”

코미디언 배삼룡씨는 특유의 비실대는 연기와 이런 중얼거림으로 사람들을 웃겼다. 그는 최근 자신의 자전적 수필 ‘한 어릿광대의 눈물 젖은 웃음’(다른우리)에서 “약하고 바보같은 내가 놀림감이 되기 싫어 버티기식으로 중얼거려 본 것”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올해 76세인 그의 삶은 그러나 비실거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3년 전 ‘그 때 그 쑈를 아십니까’라는 다소 뜬금없는 신파극의 주연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더니 올 어버이날에도 ‘그 때 그 쑈’3탄으로 50, 60대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억눌려왔던 50, 60대의 문화적 욕구가 강하게 폭발했기 때문이죠. 그이들은 네박자 뽕짝에 추억을 담고 있어요. 나는 사람들이 편안히 흥얼댈 수 있는 쇼를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배씨에 따르면 50, 60대의 문화적 욕구는 젊은이들 못지 않게 뜨겁다. 경북 포항에서 택시를 전세내어 올라온 ‘로맨스 그레이’들은 쇼가 끝나기 무섭게 무대 뒤로 찾아와 꽃다발을 건넨다. 한달이면 15통 가량의 팬레터가 50∼70대 팬들로부터 배달된다. “배삼룡씨가 아직도 무대에서 팔팔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나도 자극을 받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

그래서일까. 배씨는 공연 시작 전에 늘 관객에게 말한다. “내 나이는 호적에만 있을 뿐 마음 속에는 없습니다. ‘내 나이가 몇인데…’하고 뇌까리는 순간 이미 늙어버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10년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살 돈을 가지고 경기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로 나와 땅 200평을 사서 집을 지었다. 그러나 큰 길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초입길을 시멘트로 포장하는 데는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 그의 집을 찾기 위해서는 소달구지나 지나갈 법한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한참이나 가야 한다. 반대 이유는 “흙을 밟을 기회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

보통 등산과 수채화 그리기, 도자기 빚기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정원 나뭇가지에는 참새와 까치들을 위한 모이통을 10개나 달았다. 하루 커피 2잔을 마시고 담배 10개피를 피운다. 그러나 술은 55년 연예생활 동안 단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술좌석은 품위여하를 막론하고 당연히 무시당해야 합니다.”

<광주(경기)〓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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