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고금리 후순위채권' 은행에 큰짐…韓銀 "경영악화 우려"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05분


금융기관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각종 혜택을 얹어 발행한 후순위채권 고금리로 인해 은행의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7년말부터 본격 발행된 은행의 후순위채권 잔액은 4월말 현재 약 11조원. 이 가운데 2조7700억원이 1∼4월에 발행돼 올들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은행들이 주가하락으로 증자 등 자본확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후순위채권이 분리과세의 영향으로 예상외의 인기를 얻자 발행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늘렸기 때문이다. 또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들의 외형 부풀리기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것도 주요 원인.

그러나 은행들이 후순위채권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만기가 같은 다른 채권보다 금리를 높게 책정해 원화 후순위채권의 경우 연 10∼11% 수준으로 국고채보다는 1.5%포인트, 산금채보다는 1%포인트 가량 높았다.

이같은 고금리의 후순위채 발행은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은행이 손쉬운 후순위채 발행에 치중하면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같이 내실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됐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또 고금리 발행으로 추후 돌아올 이자부담으로 은행의 경영건전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5년만기 후순위채권의 경우 매년 채권잔액 20%를 BIS비율 계산시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해야 하고 당분간 은행주가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은행들이 하반기에도 후순위채 발행을 계속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외화후순위채의 경우 발행은행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된 이후 적절한 가격에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금리결정 등에 좀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권고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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