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두눈 뜨고 당한 전남 "속 터져"

  • 입력 2000년 5월 5일 23시 56분


‘알고도 당한다.’

5일 대한화재컵 결승에서 전남을 꺾고 감독 취임 후 첫 우승컵을 거머쥔 부천 SK 조윤환감독. 그는 올들어 일관된 작전을 펼쳤다. 바로 전반에는 발빠른 선수를 기용해 상대의 진을 뺀 뒤 후반에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를 투입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것.

이날 결승에서도 조감독은 뻔해 보이는 이 작전을 고수했다. 전반 이성재 윤정춘 김기동을 뛰게 한 뒤 후반들어 이원식 안승인 전경준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원식이 후반 30분 오른팔탈골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득점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승부의 추는 연장전으로 넘겨진 것.

조감독은 연장 시작과 함께 그동안 후반전 ‘조커’로 활용하다 이날은 투입하지 않았던 ‘히든 카드’ 조진호에게 ‘해결사’를 맡겼고 조진호는 그동안 이원식이 사실상 득점왕에 오르도록 도움을 준 전경준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조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번 대회 부천의 골은 모두 18골. 이 중 15골이 후반 이후에 터졌다. 그만큼 조감독의 작전은 하나의 전형을 이룰 정도로 상대팀엔 너무나 익숙한 작전이었지만 전후반 교체 멤버의 기량차가 거의 없어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조감독은 “어차피 체력싸움이기 때문에 후반에 교체 멤버를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계속 이 작전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감독의 ‘고집’이 14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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