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金) 사건’은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시작한 우리 군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백두사업)과 고급 군사기밀 유출여부를 둘러싼 의혹사건이다. 린다 김과 접촉한 일부 인사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고 상당수 인사들은 아직도 그녀를 호감가는 여자로 기억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 등에게 그녀를 적극 소개해준 인사는 “결과적으로 속았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린다 김의 상대방들은 모두 전정권 시절 내로라 하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의혹을 더해준다.
해당인사들이 항변하고 있듯이 멜로드라마같은 ‘사생활’ 그 자체를 직접적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사생활’로 인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군 현대화사업에 혹시 차질을 가져오지나 않았나 하는 점이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 린다 김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찰기 선정과정에서 다른 나라 경쟁업체 제품의 가격과 성능도 충분히 검토해 공정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 문제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어디까지를 사생활로 보아 눈을 감을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난달말 린다 김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앞서 2급 군사기밀을 그녀에게 넘겨준 혐의로 영관장교 등이 군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문민정부 정관계 인사들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 사건은 실무자 차원에 그친 것이라고 검찰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보도를 통해 추측되고 있는 사건의 진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사건을 이대로 넘기기에는 석연치않은 점이 있는 것 같다. 린다 김이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벌인 로비의 범위와 규모, 백두사업 업체 선정과정에서 국가적 손실은 없었는지 여부, 2급 기밀 이상 고도의 국가 또는 군사기밀이 유출됐을 가능성 등을 보다 분명하고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을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삼지 않으면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