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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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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염병의 재등장과 폭력적 시위의 재발은 피해 상황을 떠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벌써 1년반째 시위진압 현장에서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이날도 ‘무(無)최루탄’ 약속을 이행했음에도 화염병 수백개를 던진 시위대의 행동은 시위의 범주를 넘은 것이었다.
화염병 시위는 어떤 폭력시위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역 앞 민중대회가 폭력시위로 번지며 경찰관과 시위대 수백명이 다쳤으나 그래도 화염병 투척은 없었다. 시위대나 경찰이 바람직한 시위문화를 위해 노력한 탓도 있겠지만 화염병 투척은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시위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공동 목적을 갖고 위력이나 기세를 보이는 활동으로 법으로 보장된 의사 표현의 방법이다.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대로 ‘행진시위’이건 ‘위력시위’이건 간에 법과 사회질서에 어긋나서는 안될 것이고, 시민에게 두려움을 주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날 대학생들이 차도를 점유한 채 종묘공원에서 열리는 ‘노동절 110주년 민중연대 투쟁 집회’ 참가를 위해 행진하려다 일부 학생이 연행된 데 격렬히 항의하고 나중에 가세한 노동자와 함께 화염병까지 투척한 행동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화염병 투척은 평화적 시위 정착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더 우려되는 일은 그것이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세대 정치인이 대거 당선된 16대 총선의 결과는 우리 사회가 정치의 개혁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망한다는 뜻이다. 시위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 해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가 정도(正道)이다. 이제 시위는 새 시대 문화와 호흡을 같이하는 시위가 되어야 한다. 화염병 시위는 권위주의정권 시대의 유물로 새 시대에는 사라져야 할 폭력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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