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콜금리 인상여부 , 증시가 좌우

  • 입력 2000년 5월 1일 17시 35분


한국은행이 이달중 과연 콜금리를 올릴 것인가.

5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금통위가 4일로 바짝 다가오면서 콜금리 인상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릴지 여부는 주식시장 상황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수급이 무너진 데다가 현대쇼크라는 돌발악재까지 부담을 주고 있는 현재의 주식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콜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콜금리를 현재의 5.0%에서 5.25%로 0.25%포인트 소폭 올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한은 내부에서는 한은의 통화조절 수단인 공개시장조작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장단기금리 격차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콜금리를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콜금리(5.0%)와 3년만기 회사채(9.94%)간의 금리격차는 두배나 벌어져 있다. 적정 장단기금리격차가 2-3%포인트 수준으로 보면 콜금리가 2-3%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의 공개시장조작 기능이 사실상 실종된거나 마찬가지다.

한은은 IMF사태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잃어버린 고유권한인 공개시장조작 기능을 되찾아 오기를 원한다. 그 첫번째 단추가 장단기금리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2월 콜금리를 4.75%에서 5.0%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당시 동원한 논리도 경기속도 조절을 위한 장기금리 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단기금리 격차 해소였다.

이번에도 똑같다. 인플레 우려나 경기속도 조절 차원에서 콜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를 환수하는 데는 여러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단기금리 격차축소를 위해 단기금리를 올리는게 필요하다는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3월, 4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콜금리를 올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5월에는 콜금리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상황이 만만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에는 이달초 콜금리를 0.25-0.50%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지금은 기껏 0.25%포인트를 올리거나 아니면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관계자들이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려도 장기금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약간의 충격이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을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효과가 서로 상쇄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 2월초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도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콜금리 인상에 적극성을 띠지 못하는 것은 정부측의 반대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장기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하고 콜금리도 올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말 재경부차관 주재의 거시경제점검회의가 끝난후 재경부와 한은이 콜금리 인상문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해프닝을 벌인 것은 재경부와 한은 간의 시각차이를 잘 보여준 사건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소폭 올릴 경우 장기금리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어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콜금리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콜금리인상이 장기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장기금리 상승이 경기를 냉각시켜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 콜금리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콜금리 소폭 인상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지 심리적인 측면에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면 금통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콜금리를 적정수준으로 올려 물가안정을 책임진 독립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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