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드럼통’ 조경환 롯데 복덩이로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지난 시즌 롯데 돌풍의 주역은 단연 용병 타자 호세. 3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고비마다 팀을 살려냈다.

그러나 그는 올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롯데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드럼통’ 조경환(28)이 가득 채워주고 있다.

조경환은 26일 현재 19게임에 나와 팀내 최다인 13타점에 홈런도 6개를 때려내고 있다. 장타력은 0.706으로 당당히 4위. 이것도 23일까지 장타력 0.791로 수위를 달리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는 것.

조경환은 1m76, 86㎏으로 마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을 연상시킨다. 허벅지 둘레가 웬만한 여자의 허리 만한 24인치.

서울고, 고려대를 거쳐 실업팀 현대 피닉스, 상무에 있을 때에도 그의 큰 것 한방은 항상 화제의 대상이었다. 고려대 재학시절인 상무시절인 94년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베스트 9’에 뽑히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상무에 있을 때는 비록 사회인야구팀과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무시무시한 7할대 타자.

하지만 거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느린 발 등으로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롯데 입단 당시 구단과 두 달 넘게 협상을 벌였지만 고려대 동문 김동주가 4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는 달리 조경환은 3억원에 머물렀다.

한마디로 자존심을 구긴 것. 지난해까지 그의 성적은 타율 0.284에 28홈런, 105타점. 합격점도 아니고 그렇다고 낙제점도 아닌 구단입장에선 본전 생각도 날 듯한 성적이다.

그러나 그는 올시즌 무섭게 변했다. 5일 LG와의 개막전에서 2방의 홈런을 때려내더니 이승엽(삼성)과 함께 홈런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물론 이는 국내선수 중 공동1위.

발도 무척 빨라졌다.

시즌 전 느린 발을 고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 조경환은 몸 만들기를 하면서 납덩이를 담은 2㎏짜리 주머니를 양발목에 차고 훈련에 임했다. 잠잘 때만 빼고 납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중국무술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실천한 것. 납주머니를 떼고 실전에 나오자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때는 23일 두산전. 5타석 중 홈런 1방을 제외하고 네 번을 모두 볼넷으로 나갔다. 그만큼 상대팀에서 그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 3년 만에 프로세계의 눈을 뜬 조경환. 그가 과연 한국 최고의 거포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창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