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투매에 '公的자금' 빛바래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주식시장이 투신권에 대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폭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왜일까.

한마디로 외국인의 현대그룹주 투매가 폭락증시를 부추겼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투신권 구조조정 일정 발표가 현대투신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 현대투신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의 경우 자금부담감이 염려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한 것. 그룹 주력기업인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등도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현대그룹이 수난을 겪으며 장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호재는 둔감, 악재는 민감〓전날 투신권 구조조정 방침을 명확히해 투자심리가 뚜렷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나스닥 주가의 폭등세로 주식시장에서는 이들 호재가 ‘가뭄에 단비 인격’ 반가운 손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잠시. 25일 종합지수가 장중 한때 20포인트까지 오르자 상승장을 이용해 주식을 팔겠다는 세력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증시에서 현대그룹 유동성에 대한 소문이 급속히 퍼지면서 외국인들이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주력사를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았고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내놓은 현대그룹 주가에 대한 비관적 보고서도 주가하락에 큰 몫을 했다. 투신 은행 등 기관들도 매물을 던지기에 급급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이승용(李承蓉)이사는 “금융구조조정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지기 전까지는 미국증시 폭등같은 해외재료가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현대그룹주 매도공세〓이날 폭락세를 주도한 세력은 외국인으로 현대그룹 매도공세로 전장부터 투자심리를 싸늘하게 식혔다. 외국인들은 정부가 한투 대투에 대해서는 5조원이상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현대투신에는 민간기업인 만큼 대주주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현대투신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등에 집중 매물을 내놓았다. 여기다 삼성 현대 LG등 재벌그룹에 대한 주식이동조사와 세무조사 파장이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또 정부가 재벌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해 계열사 주식편입한도를 당초 10%에서 7%로 내린 것도 그룹사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참여연대의 바이코리아펀드 운용 폭로도 투자자들의 불신감을 부추겼다.

▽프로그램 매도도 수급부담〓프로그램 매물도 만만찮다. 지난주에는 삼성전자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무려 4000억원의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와 거래소시장을 짓눌렀다. 장세가 좋으면 프로그램매도 물량을 현물시장에서 모두 소화하고 주가가 올라가지만 현재는 수급이 깨져있어 현물매수세가 프로그램 매도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 매수차익거래잔고는 지난 25일 현재 3620억원. 이번주에도 베이시스(현-선물간 가격차)폭이 줄고 괴리율(선물가와 선물이론가 차이)이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서 매수차익거래청산(프로그램 매도)이 발생할 상황에 도달해 수급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버티기 어려운 조정장 예상〓시장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설 수 없다고 전망한다. 유병득(柳炳得) 삼성투신운용 이사는 “실적이 우량한 굴뚝산업의 경우 주가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판단되지만 시장이 너무 냉각돼 있어 실적과 무관하게 조정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상호(李相鎬) 대한투신 주식운용부장은 “다음달부터 뮤추얼펀드 만기도래물량이 1조3000억원에 달해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재상(具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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