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火魔할퀸 '관광 강원' 어민에게도 '잔인한 봄'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강원 동해안 주민들에게 ‘잔인한 4월’이 계속되고 있다. 직접 산불 피해를 본데다 최근 횟감으로 쓰이는 활어 어획량이 크게 줄고 관광객의 발길마저 뜸해졌기 때문이다.

26일 삼척시에 따르면 오징어 가자미 청어 등 활어 어획량이 최근 급격히 줄어 오징어의 경우 삼척지역의 어선이 4월 1일부터 25일까지 490㎏을 잡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91㎏의 7% 수준. 또 가자미는 지난해의 56%, 청어는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성군 어민들도 4월 같은 기간 동안 1402t(51억6000여만원어치)의 고기를 잡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78t(54억600만원어치)보다 11% 가량 줄어든 것.

활어 어획량이 줄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동해해양경찰서는 최근 삼척 동해 강릉 등 동해안 어민들의 출어(出漁)시간을 7월말까지 오전 4시에서 오전 3시로 1시간 앞당기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산불로 해송이 불에 타는 등 동해안의 모습이 흉측하게 변하자 평상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 작진항과 근덕면 장호항 등의 어촌마을 횟집 손님도 크게 줄었다.

26일 오후 원덕읍 임원1리 임원항 횟집타운. 평소 평일엔 300여명, 주말이면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왔으나 인근의 산들이 모두 불에 탄데다 사람의 발길도 거의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횟집 주인들은 손님이 산불이 나기 이전보다 60%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C횟집 주인 김연자(金連子·50)씨는 “올들어 손님이 다소 늘어나는 듯하다가 산불 이후 크게 줄어들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H횟집 주인 장옥녀(張玉女·59)씨는 “한 바구니에 5만원 하던 어판장 활어 값이 산불 이후 12만원으로 올랐다”며 “손님이 줄었는데 회 값을 올릴 수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동해시 바닷가 횟집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달동 S횟집 주인 이향순(李香順·43)씨는 “산불 이후 손님이 40% 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은 당장 활어 어획량이 준 것보다는 산불로 인한 2차 어장피해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우가 내려 산불지역의 토사와 재가 바다로 흘러들 경우 부유물질이 햇빛을 차단해 어패류와 해조류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해조류가 감소할 경우 고기 번식이 줄어 결국 연안어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해녀 현인순(玄仁順·50·삼척시 근덕면)씨는 “산불이 진화되고 며칠 지나 미역을 따러 바다 속에 들어갔는데 잿더미가 수중 계곡마다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 동해안 어촌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산불 이후 40∼60% 줄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동해안은 맑은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 등으로 자연경관이 좋아 연평균 42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이 중 2900여만명이 동해안지역을 찾는다.

그러나 최근의 산불로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강릉 삼척 고성 동해 등 4개 시군에서 1만4200㏊의 산림이 불에 타 경관이 크게 훼손됐다.

특히 고성군의 경우 96년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삼포리 일대의 해안 방풍림까지 불에 타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됐으며 강릉시도 사천면 안현동과 연곡면 일대의 해안 산림이 사라졌다.

<삼척〓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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