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헌수/고객을 위한 구조조정을

  • 입력 2000년 4월 25일 20시 33분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퇴로를 잘 만들고 고객 지향적으로 하는 것이다. 퇴로를 잘 만든다는 것은 사업처분에 대한 장애가 적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은 단순한 매각 방식뿐만 아니라 다수 참여자가 얽히는 복잡한 방식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인수합병(M&A) 제도뿐만 아니라 분할 해외매각, 자회사로 계약이전 등과 같은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세제나 회계에서 보다 투명한 절차 및 규정이 있어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퇴출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다. 이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은 구성원과 관련된 비용이다. 구조조정으로 갑자기 직장을 떠날 사람의 고통을 어떻게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심리적 비용은 제외하고라도 실직 후 새로운 직장을 찾는데는 상당한 ‘탐색비용’이 든다. 이 탐색비용에 심리적인 고통 등 부가비용을 포함하면 구조조정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고객지향적인 구조조정은 무엇인가. 구조조정의 결과가 고객(시민)의 효용을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정치적인 선전을 위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또는 덧칠을 하는 형식적인 방식이 아닌, 이용하는 시민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결과지향적이어야 한다.

정부부서의 통폐합에서 단지 무늬나 이름이 비슷하다고 한지붕 아래로 밀어 넣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적절하지 않다. 고객과 기능이 일치하고 통합을 통해 고객의 효용이 증가될 수 있을 때 통폐합은 진정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금융권의 2차 구조조정을 고객지향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첫째, 기관의 고객이 누구인가를 잘 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협회는 색깔만으로 보면 손해보험회사가 고객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정부기관이나 단체 등 위험에 노출돼 있는 모든 기관을 고객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고객이 원하는 구조조정의 방향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의 성과를 고객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김헌수(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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