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제3시장 일부 주주들 "주가 올려라" 시끌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개장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제3시장(호가중개시스템) 지정종목의 일부 주주들이 주가가 기대보다 오르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기업 임원들은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주주인가, 채권자인가〓거래 개시후 주가가 별로 오르지 않은 지정종목의 일부 주주들은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조치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현재 주가가 최초 기준가 밑으로 추락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심한 편.

몇몇 주주들은 해당 기업 인터넷사이트 주주전용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주식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가관리는 회사의 의무다’ ‘액면분할을 조기 실시하라’ ‘저가 물량을 대주주가 매수하라’ 등이 단골메뉴. 심지어는 일부 주주들은 “주주를 무시하고 3시장에 일찍 들어가 주가가 이 모양이 됐으니 주주총회 때 보자”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은 없어〓기업들은 주가하락의 또다른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상대매매방식인데다 상하한가 제한폭이 없는 탓에 급등락이 너무 심해 기업차원의 대책은 없다는 것. 또 대부분 신생 기업으로 직원이 적어 주식담당자를 따로 둘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확률씨앤씨측은 “일이 많아 기업설명회 등 주가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길게 보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할 뿐”이라고 말했다. 케이아이티 관계자는 “주가가 불안정해 한때 지정취소까지 고려했다”며 “실적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태인측은 주주게시판에 “인위적 주가관리는 오히려 다수 피해주주를 양산할 뿐”이라며 “소모적 논쟁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사장 명의의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주주는 어떻게〓인터넷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최소 10배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며 조급해지는게 현실이다. 공모기업들도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기대수준을 높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기대 수익률은 적어도 1년정도 기다려야 달성 가능성을 저울질할 수 있다. 또 3시장 진입종목들은 거의 모두 코스닥시장이나 증권거래소상장을 준비하기 때문에 현재 주가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것.

코리아밸류에셋 윤희철팀장은 “주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기업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기업들도 회사 내용을 부지런히 주주들에게 알리고 기업설명회도 개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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