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프로 뺨치는 '농구광' 김준기씨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농구에 살고 농구에 죽는다.’

SK텔레콤 인력관리실 인력기획팀 김준기 대리(28).

그의 E메일 주소 ID는 특이하다. ‘tslch182’. 자신의 이름과는 아무 상관없다.

‘lch’는 다름 아닌 프로농구 LG 이충희 감독의 영문명 이니셜. 182는 이감독의 신장(1m82)이다.

80년대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린 이감독의 열렬한 팬이라 그렇게 정했다. 휴대전화 번호 역시 같은 사연으로 ‘0182’.

이감독의 추종자를 자처한 김대리는 사내에서 소문난 농구광. 서울 청담중 2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기 시작, 고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기량을 갖췄다.

입사후 선후배들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를 체육과 출신으로 착각하고 있을 정도다. 사내 농구서클인 ‘SKY’의 주득점원으로 평균 20∼30득점을 거뜬히 터뜨리는 공격형 포워드. 1m78로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페이드어웨이슛, 3점슛 등 다양한 득점 수단이 ‘골사냥’의 비결. 농구 실력을 따지면 회사에서 프로농구 SK나이츠의 선수 다음으로 자신이 가장 낫다고 힘주어 말한다.

쉬는 날에는 늘 서울 왕십리에 있는 SK 체육관에서 3∼4시간씩 훈련과 친선경기로 땀을 뺀다. 하루에 무려 1000개의 슈팅을 날린 적도 있는 ‘연습 벌레’.

또 퇴근길에는 집 앞 여의도 공원의 옥외 농구 코트에서 고교생들과 3 대 3 농구를 즐기곤 한다. 정신없이 뛰다 보면 밤깊어 가는 줄 모를 때도 많았다.

그가 말하는 농구의 매력은 슈팅한 공이 바스켓을 통과할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에 있다. 림의 흔들림과 출렁거리는 네트는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고. 또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스포츠의 정직함이 마음에 든단다.

농구에 몰입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회사일 하는 데도 활력소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

김대리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왼쪽과 모양이 다르다. 농구를 하다 자주 접질리다 보니 어느새 보기에도 흉측할 정도로 휘어져 그대로 굳어진 것. 그래도 그는 영광의 상처라도 된다는 듯 자신있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때 골프, 낚시에 빠진 남편을 둔 ‘일요 과부’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공연히 농구 때문에 아내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앞설 때도 있다. 휴일이면 부리나케 코트로 향하는 그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오히려 아내로부터 발목 보호대, 공 등을 선물받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하위권을 맴돌던 SK 나이츠가 프로농구 정상을 차지, 신바람이 났다. 현대와의 챔피언 결정전 때는 직접 체육관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까지 했는데 그 보람을 찾은 것 같다. SK 선수 가운데는 외국인 선수 하니발을 첫손에 꼽는다. 공격과 수비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으며 성실한 플레이가 매력적이라는 것.

“농구는 지상 최고의 스포츠입니다. 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먼 훗날 어린이 농구 교실 강사를 꿈꾼다는 김대리의 농구 예찬론은 끝이 없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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