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기술력 무장 장비株 '저력'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18일 코스닥시장이 ‘미국발(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와중에도 종목군간 주가 차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기술을 확보, 실적 향상의 토대를 갖춘 기술관련 종목과 광고에 주로 의존하는 인터넷관련 종목 사이에 우열이 드러나고 있는 것.

▽주가 움직임이 다르다〓심텍과 텔슨정보통신은 이날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심텍은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을 만들고 텔슨정보통신은 산업 및 생활용 무전기를 제작해 주로 미주지역에 수출하는 업체.

심텍은 향후 3년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2억5000만달러 어치의 반도체 D램 모듈용 기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주가상승에 큰 보탬이 됐다는 지적. 계약규모는 작년 회사 총 매출액의 4배에 이른다.

디지털위성방송 셋톱박스를 수출해 유럽시장 점유율 1위인 휴맥스와 미국 모토롤러에 휴대폰 단말기를 공급하는 텔슨전자 등도 주가가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대표주’ 또는 ‘황제주’로 군림하던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종목들은 장중 하한가까지 곤두박질하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가입자 확보가 수익에 직결되는 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와 컨텐츠사업에 주력하는 디지틀조선 등도 종가가 하한가에 근접해 3.8% 떨어진 코스닥종합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더 컸다.

▽옥석 구분 뚜렷해진다〓코스닥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기술주와 인터넷주의 옥석이 서서히 가려지다가 반등이 시작되면 우열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주 신화’가 깨진 상황에서 인터넷주의 전고점 돌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신영증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주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작년 8월과 올해 1월, 4월 세차례나 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묻지마 투자’의 환상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반도체와 네트워크장비 업체들이 포함된 제조업 지수와 인터넷 종목이 들어간 기타지수의 움직임으로도 드러난다. 이날 제조업 지수는 전날보다 3.6% 하락한 반면 기타 지수는 4.5% 떨어져 코스닥종합지수 하락폭보다 컸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종목 차별화 현상도 ‘반면 교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 대우증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수급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증시가 국내 주가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당분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경우 코스닥시장 움직임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생산업체와 반도체업체가 반등을 주도하고 인터넷업체에 대한 매도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는 미 나스닥시장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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