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700線이 바닥 코스닥은 예측불허"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6분


미국발(發) 주가폭락은 국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주식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의 파괴력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상태. 증권 전문가 6명으로부터 향후 전망과 대응 요령을 들어본다.

▽안정 시점 엇갈려〓전문가 2명은 이번주 중에 거래소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낙관했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최소한 5월 이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고 일부는 미 증시 회복세에 달렸다며 전망 자체를 유보했다.

동양오리온투신운용 김자혁상무보는 “미국과 한국 증시는 근본적으로 달라 동조현상이 오래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장기 호황의 막바지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하지만 한국은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대한투신 이재현펀드매니저도 “거래소 종목들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져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면서 “다만 국내 수급여건이 좋지 않아 외국인투자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LG투신운용 양유식주식운용팀장과 마이애셋 기온창이사는 거래소시장 안정 시점을 5월 이후로 예상했다. 미국 증시와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달 정도 충격 완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미래에셋 선경래 운용2팀장과 엥도수에즈증권 이옥성서울지점장은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종속변수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안정 시점을 독자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바닥을 알 수 없다’〓전문가 6명은 종합주가지수 바닥권을 700선으로 예상하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선 운용2팀장은 “700선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코스닥지수 지지선에 대해서는 150선을 제시한 김상무보와 양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나스닥지수 폭락이 정보통신 관련주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동조현상을 보이는 코스닥지수와 조정기간 전망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 펀드매니저는 “코스닥지수가 크게 하락했지만 거래소시장과 비교하면 아직도 상대적으로 더 비싼 수준”이라며 “하락폭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반등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기 이사도 “코스닥지수는 현재 심리적 변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의 의미가 없어진 상태”라며 “거래소종목과 달리 코스닥종목은 가치 평가를 통한 적정주가 수준을 산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개인투자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투매에 가세하기보다는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심 블루칩과 우량 금융주 등 거래소종목들은 하락을 이용해 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무보는 “종합주가지수 700대는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매도 상태로 봐야 한다”며 “거래소종목 중에서 삼성전자와 포항제철 국민은행 등에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정보통신 관련주는 당분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유했다. 이 지점장은 “앞으로 반등하더라도 내재가치에 따라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팀장은 “정보통신 관련주 중에서도 반도체와 전기전자 단말기제조 등 기술 관련주와 통신 관련주는 구별해야 한다”며 “통신 관련주는 향후 재상승할 때 이전 고점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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