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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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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박사는 정신과의사였지만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8년째 정신병원의 지하감방에 격리수감되어 있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새내기 FBI요원이 수사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이 감방을 방문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작품성 뿐 만 아니라 흥행에까지 성공했지만 의사로서는 정신병과 정신병환자에게 끼친 부정적 영향 때문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대에는 정신병환자를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에 8년 동안 감금하는 정신병원은 없다. 정신병원은 감옥이 아니라 병원이며 정신병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치유가 가능한 병일 뿐이다.
간혹 환자가 난폭하여 일시적으로 격리시키는 수는 있으나 이는 아주 일시적일 뿐 쇠창살이나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격리시키는 일은 더더구나 없다. 만일 환자가 살인을 저질렀다 하여도 그것이 병으로 인한 것이라면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지 결코 처벌의 대상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렉터박사의 좌절과 거절에 대한 지나친 과민성이나 자신을 경멸하는 자에게 보이는 지나친 적대감,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권리에 집착하고 투쟁적인 모습 등은 ‘편집성 인격장애’에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망상이 주증상이나 평소에는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주위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병환자는 남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망상과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의 환청 등으로 인하여 일반인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신병환자가 폭력적이고 위협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일반인들의 생각이야말로 망상이며 정신병환자들에 대한 잘못된 소문은 역시 환청일 것이다.
일반인들이 정신병 환자보다 현실세계에서 더 폭력적이며 그들은 그 폭력적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피해자일 뿐이다.
김형규(고려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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