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제이 싱 '크로스 그립'으로 낚은 그린재킷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10일 끝난 2000마스터스골프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비제이 싱(37·피지).

전세계 골프팬의 시선을 끌며 영광스러운 '그린 재킷'을 입었지만 사실 마스터스라면 이맛살부터 찌푸렸던 그였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내셔널GC는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이 높은 곳. 가뜩이나 아킬레스건이 퍼팅이었던 그로서는 마스터스에만 나오면 퍼터를 들고 그린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기 일쑤였다.

98년대회 때는 퍼팅 난조로 컷오프에 걸리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53개 대회 연속 컷오프 통과 기록도 무너져 아쉬움이 더욱 컸다.

'목수가 연장 탓 한다'던가. 퍼팅이 늘 마음에 걸렸던 그는 한 대회동안 퍼터를 3번이나 바꾸기도 했고 “집안에 수천개의 퍼터를 보관해야 할 것”같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 싱이 우연한 기회에 퍼팅 그립을 크로스핸드로 바꾸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그는 아들 콰스에게 이 그립으로 퍼팅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아내 아데나로부터 “당신도 그립을 한번 바꿔보라”는 조언을 들은 것.

아내의 말대로 시험삼아 그립을 바꾼 싱은 전보다 방향성이 눈에 띄게 나아졌고 그해 98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그후 퍼팅에 자신감이 붙은 싱은 올 마스터스에서도 안정된 퍼팅 감각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올시즌 미국 PGA투어에서 홀당 평균 퍼팅수 1.78개를 기록했지만 이번 대회때는 1.69개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밥먹듯 하던 3퍼팅을 1라운드에서 2번, 4라운드에서 1번 등 3번 밖에 하지 않아 스코어를 지킬 수 있었다.

“2년전의 난 절대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고 그래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싱의 마스터스 ‘6전7기’는 거저 얻은 행운이 아니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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